2개 동 남겨놓고 아파트 신축
주민들 "미래유산 아닌 흉물"
개포4 "'재건축 흔적 남기기' 없애달라"…서울시에 청원

서울 강남권 재건축 조합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아파트 일부 동을 철거하지 않고 보존하도록 한 ‘재건축 흔적 남기기’ 철회에 나선다. 지난달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오세훈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이 규제의 철폐를 공언하기도 했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조합은 최근 시를 상대로 “미래문화유산으로 남기겠다는 명목하에 철거하지 못하도록 한 2개 동을 철거할 수 있게 해달라”며 민원을 제기한 데 이어 청원서 제출을 준비 중이다. 조합 관계자는 “3300여 장의 청원서를 모았으며 이번주 강남구와 서울시 등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흔적 남기기는 ‘철거’가 아니라 ‘재생’에 초점을 맞춘 박 전 시장표 도시정책 중 하나다. 2012년 서울시가 발표한 ‘근현대 유산의 미래유산화 기본구상’에서 출발했다. 재건축 현장에 옛 아파트 건물 일부를 남겨놔 건축사·문화사적 가치가 있는 미래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취지다. 초기 주공아파트의 생활양식을 확인할 수 있어 보존가치가 높다는 논리였다.

이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적용됐다. 개포주공4단지는 기부채납(공공기여) 부지에 있는 429동과 445동 등 2개 동을 남겨놓고 나머지 신축 아파트를 올리고 있다. 인근 개포주공1단지도 1개 동(15동)을 원형 그대로 보존한 채 공사 중이다. 다음달 이주를 시작하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역시 108동을 ‘주거역사박물관’ 등의 형태로 보존할 예정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한강변 523동 일부를 남기기로 했다.

주민들은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안전진단 결과 위험등급을 받아 재건축하는 아파트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남기는 것은 안전상 우려될 뿐만 아니라 주변 건물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흉물로 전락할 것이란 주장이다. 개포주공4단지의 한 조합원은 “무너지기 직전의 아파트가 남겨야 할 유산이라니 공감되지 않는다”며 “땅값이 비싼 강남에 굳이 막대한 유지비용을 들여가며 보존해야 하는지 명분이 부족하다”고 했다. 개포주공4단지를 비롯한 조합들은 남겨진 동을 철거하고 별도의 전시공간 등을 마련해 일부만 남겨두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다.

업계에선 민간 정비사업에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오 시장이 당선된 만큼 철거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흔적 남기기 규제를 없애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포주공4단지는 지상 35층, 35개 동, 총 3375가구 규모의 ‘개포프레지던스자이’로 재건축된다. 2023년 2월 준공 예정이다. 지난 1월 전용 84㎡ 입주권이 28억2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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