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여의도·목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거래절벽 속 가격 강세

서울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 상황이 심화하는 가운데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피한 인근 지역으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까지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매수세가 잦아들며 거래가 뚝 끊겼다.

다만,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중이다.

규제를 피한 송파·노원구 등의 주요 재건축 단지와 규제 지역 인근인 서초구 반포동 등은 매수세가 몰리면서 거래가 속속 이뤄지고, 신고가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후 규제지역 중심으로 거래절벽 심화
1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매달 감소하며 거래절벽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

거래량은 작년 12월 7천527건에서 올해 1월 5천776건으로 감소한 데 이어 2월 3천863건, 3월 3천763건으로 매달 줄고 있다.

지난달 거래는 이날까지 2천901건 신고됐는데, 아직 신고 기간(30일)이 남아있지만 전달 수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의 중개업소들은 최근 아파트 거래가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성동구 H 공인 대표는 "올해 초 집값이 크게 오르던 시기에도 거래가 성사됐고 2·4 주택 공급대책 발표 전까지는 거래가 어느 정도 이뤄졌는데, 대책 발표 후 거래가 줄고 매수 문의도 뜸해졌다.

거래 한 건을 성사시키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27일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전까지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압구정·여의도·성수·목동 등의 재건축 단지는 규제 직전까지 막판 매수세가 몰리며 거래가 크게 늘었는데, 규제 이후 거래가 뚝 끊겼다.

양천구 목동 M 공인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이 유력해진 시점부터 재건축 규제가 풀릴 거라는 기대감에 이쪽은 급매물이 해소되고 매매가 살아났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 뉴스가 나오며 팔 사람은 서둘러 팔고 살 사람도 다 산 거 같다.

그 이후 거래가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A 공인 대표는 "작년에 강남 쪽이 엄청나게 오를 때 여의도는 더디게 올랐는데, 선거 전후로 재건축이 빨라질 거라는 기대감에 지난달에만 호가가 2억원씩 뛰고 거래가 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된 뒤에는 거래가 안 되고 있지만 가격은 꺾이지 않았다"고 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K 공인 대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후 매매가 한 건도 없다.

소형 평수 위주로 급매물 문의는 있지만, 매물이 드물고 호가도 내려오지 않고 강보합권을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수심리 정도를 나타내는 매매수급지수도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후 내렸다.

한국부동산원이 측정한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가장 최근인 10일 조사 기준 103.5로 기준선(100)을 상회하며 매도 우위가 유지됐으나 전주(103.7)보다는 떨어졌다.

여의도·목동 등이 속한 서남권은 102.6으로 전주보다 1.7포인트 내려갔고, 압구정 등이 속한 동남권은 106.7로 지난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 서초·송파·노원 재건축 단지엔 '풍선효과'…거래 늘고 신고가 속출
거래절벽 속에서도 규제를 피한 지역은 거래가 이뤄지고 가격도 오르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강남 지역에서는 압구정동과 인접한 서초구 반포동 및 재건축 단지가 많은 송파구, 강북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피한 노원구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과 방배동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이후 아파트 거래가 각각 1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신고됐다.

미신고분까지 합하면 거래 규모는 훨씬 늘어난다.

같은 기간 압구정동의 아파트 거래가 한 건도 없었던 것과 대비된다.

가격도 강세다.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면적 84.984㎡는 규제 발효 후인 지난달 29일 29억원(4층)에, 같은 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96㎡는 지난달 28일 26억2천만원(28층)에 각각 거래되며 모두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송파구의 거래량은 규제 이후 40여건에 달한다.

4월 거래량만 놓고 보면 이날까지 165건 신고돼 서울에서 유일하게 전달(149건)을 넘어섰다.

잠실동 우성아파트 전용 96.65㎡의 경우 이달 4일 21억4천만원(10층)에 신고가로 거래되는 등 최고 가격 기록을 깬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노원구의 4월 거래량도 326건으로 이미 전달(336건)에 근접했다.

전달에 이어 서울 자치구 가운데 최다 거래량이다.

상계·중계·월계동 등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늘어나면서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재건축 단지 중에서는 상계주공9차 79.07㎡가 지난달 27일 9억1천만원(7층), 상계주공13차 58.01㎡가 지난 1일 6억2천500만원(2층)에 각각 신고가로 매매되는 등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

준공 3년 차로 신축 단지인 상계동 노원센트럴푸르지오 60㎡도 지난달 15일 7억원(23층)에서 이달 1일 8억1천만원(4층)으로 신고가 경신을 이어가며 불과 보름 만에 1억원 가까이 뛰었다.

노원구는 지난주 부동산원 주간 조사에서 아파트값이 0.20% 올라 5주 연속 서울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아울러 노원구가 속한 동북권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 103.3으로 전주(102.0)보다 1.3포인트 올라가며 서울 5개 권역 중 유일하게 상승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정부의 과열 경고에도 여당의 정책 변화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종부세나 재건축, 대출 규제 완화 등의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재건축 기대감이 강남뿐 아니라 노원 등 외곽으로도 확산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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