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시 아파트들 전경. /연합뉴스
경기도 김포시 아파트들 전경. /연합뉴스
경기 김포 장기동 ‘한강센트럴자이1단지’에서 최근 200여개가 넘는 매도 물량이 나와 있다. 이 단지의 총 가구수는 3481가구다. GtX-D 노선 계획안이 나오기 전보다 매물 수는 20건가량 늘었다. 이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K공인 관계자는 “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D)를 김포시~부천시 노선으로 추진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여러 건의 매도 물량이 나왔다”며 “집주인들의 실망이 큰 분위기”라고 전했다.

GTX-D 노선이 김포~부천으로 확정되면서 경기 김포 아파트에서 실망 매물이 대거 나오고 있다. 그간 이 지역에서 아파트값 상승을 이끈 건 업무지구인 서울 강남까지 이어지는 교통망 확충의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강남 직결이 무산되자 집주인들이 앞다투어 집을 내놓고 있다.

30일 김포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김포 장기동 ‘한강신도시초당마을중흥S-클래스리버티’ 아파트에선 92가구가 매도를 희망하고 있다. 이 단지의 총 가구수는 1470가구다. 인근에 위치한 총 1474가구의 ‘수정마을쌍용예가’ 아파트에서도 80가구가 매도 물건으로 나와 있다. 장기동은 GTX-D의 정착역이 위치한 지역이다.

GTX-D 노선은 당초 인근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와 인천시가 서울 강남을 거쳐 경기 하남시까지 이어지는 노선을 정부에 건의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기존 철도 노선과 겹치고 사업 비용도 과도하게 들어간다”는 이유로 지자체 요구안보다 운행 구간을 대폭 축소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김포 신도시에서 강남까지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광역급행철도를 타고 부천까지 와서 다시 7호선 지하철을 갈아타야 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김포시 아파트 매물은 5290개다. 김포 아파트 매물은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 지정 이후 꾸준히 증가세다. 지난해 10월 말 3200건대까지 줄었던 매물은 연말까지 4200여건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는 꾸준했으며 GTX-D 노선 발표 이후 대폭 확대됐다. 현재 매물량은 지난해 12월 31일(4265건)과 비교하면 24% 급증했다.

김포 장기동의 T공인 대표는 “GTX-D 노선이 발표된 후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투자자들과 실거주자들이 함께 매물을 내놓는 중”이라며 “조정대상지역 지정에도 김포 아파트값을 지탱한 것은 GTX-D 노선 등 교통 호재의 기대가 커서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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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도 조정받는 분위기다. 지난해 김포 아파트값 상승세를 견인한 풍무동 '풍무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 일부 매물은 7억5000만원에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8억원에 실거래 신고가 된 점과 비교하면 GTX-D 노선 계획이 발표된 후 5000만원가량 내렸다. 인천 서구에선 청라동 ‘한양수자인레이크블루’ 전용 84㎡ 호가가 7억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이달 초까진 7억원 중반대에서 8억원까지 호가가 나오던 매물이다.

풍무동의 O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이 계속 쏟아져 나오면 호가 하락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며 “아직까지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놓고 눈치를 보는 중”라고 전했다.

현재 김포에는 철도 노선이 정원 200명인 2량짜리 경전철 ‘김포골드라인’뿐이다. 양촌역~김포공항역을 운행하는데 인구 대비 수용률이 적어 출퇴근 시간 혼잡률은 280%에 달한다. 김포 시민들은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출퇴근만 제발 사람처럼 하고 싶다” “서울 직결은 집값 때문이 아니라 생존이 걸린 일이다” “인구 50만인데 서울 직결 노선이 하나도 없다” 등의 글을 올리며 GTX-D의 서울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