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사람들의 희망 뺏는 것" [강영연의 인터뷰집]
"나에게 집은 무엇일까" '인터뷰 집'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를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죄악은 아니겠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하는 절대선도 아닐 겁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나이, 직업, 학력, 지역 등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고 싶은 분, 내 주변에 사람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직접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김금선 하브루타부모교육연구소 소장은 집은 '행복공간'이라고 정의했다. 집은 돈을 벌기 위한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가족이 즐거운 공간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집에 갖추고 싶은 3가지 구성품으로 '대화', '웃음소리', '음식냄새'를 꼽았다. 물론 인생에서 돈의 중요성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이 목적이 돼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젊은이들에게는 당장 집을 사기보다 저축과 투자로 종잣돈부터 모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 휘둘리지 말고, 각각 경제 상황에 맞는 로드맵을 찾아라"라고 말했다.

◆아이교육 80%는 부모몫

최근 <내 아이의 부자수업>이라는 책을 출간한 김 소장은 유대인의 교육법인 '하브루타 교육'분야의 전문가다. 그는 아이들에게 돈을 물려주는 것보다 교육을 제대로 시켜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한다. 특히 자녀교육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데, 중요한 것은 부모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아이들을 결정하는 것은 부모인데, 자신을 바꾸지 않고 자녀에게만 변화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부모들만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 교육을 위해서 강남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 역시 그렇게 살았다. 결혼 초 서울 개포동 공무원아파트에 살던 김 소장은 첫 아이가 8살되던 2000년에 서울 동대문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된다. 태어나서 한번도 가보지 않은 동네였다. 남편이 내 집을 마련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모든 청약에 도전하다 당첨된 덕이었다. 두 부부는 기뻐했지만 주변에서는 이사를 만류했다. "이사를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강남에서 동대문으로 가는 경우는 없다'며 아이들 교육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공교육은 기초학습, 협력, 사회성 등 교육의 20%만 담당하고, 나머지 80%는 부모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이사를 결심했습니다."

당첨된 곳은 지하철역도 멀고 언덕에 위치한 아파트였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역세권, 평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 동네에서 제일 싼 집이었다고 김 소장은 회상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만족했다. 언덕과 이어지는 낮은 산이 있어 산책하기에 좋았고, 근처에 재래시장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김 소장은 "집에서 아카시아 냄새가 난다는 것이 좋았다"며 "정서적으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서울 문정동에 살고 있다. 막내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이쪽으로 이사를 했다. 문정동을 택한 이유는 조용하고 전원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라고 했다. 그는 "조용한 동네지만 잠실, 강남 등 시내와도 가깝다"며 "아이 3명을 키우느라 돈을 많이 모으지 못해 저평가된 지역을 찾은 것도 있다"며 웃었다.

지방 소도시에 바다가 보이는 20평대 다가구주택도 보유하고 있다. 부모 교육 연수원을 만들기 위해 산 곳이다. 지금은 주말마다 그곳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데 푹 빠졌다고 했다. 남편과 김 소장은 매주 금요일 오후 천리포로 내려가서 텃밭을 가꾸고, 장작불에 고구마를 구워먹고, 책도 읽으며 '힐링'의 시간을 갖는다. 동네 주민들과도 친해져서 직접 딴 굴, 쑥 등 나눔을 받으며 이웃의 정도 느낀다. 김 소장은 "자연과 더불어 있으면 머리 속이 비워지고, 행복하다"며 "나중에는 거기에 가서 살고 싶다"고 설명했다.사고 싶은 집과 살고 싶은 집의 차이도 없다고 했다. 살고 싶은 집이 사고 싶은 집이고, 이미 그 집을 샀기 때문에 더 사고 싶은 집도 없다고 했다.

그는 삶에서 궁극적인 목적이 돈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목적과 목표를 혼동해서 안 된다고 했다. '목적'은 삶에서 궁극적으로 자신이 도달하고 싶은 것이다. '목표'는 그 목적을 위해 하나씩 성취해나가야 하는 과정이다. 김 소장의 목적은 가족과의 행복한 삶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목표 중 하나가 돈이다. 그는 "돈이 없으면 행복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돈이 우선이 된다면 행복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자녀에게 경제교육해야


요즘 청년들을 보면 '짠하다'고 했다. 그의 자녀들과 비슷한 나이에 청년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앞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했다. 그 역시 양가 부모님에게 1원도 못 받고, 결혼 후 10년 가까이 세입자로 살았지만 결국은 독립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단은 돈을 모으는데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김 소장은 "당장 집을 사는 것도 좋지만 너무 버겁게 사기 보다는 저축과 투자를 통해서 돈을 모은 다음에 사면 좋을 것 같다"며 "주변 사람들에 휘둘리지 말고, 각각 경제 상황에 맞는 로드맵을 찾아라"라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경제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가 아이와 돈 얘기 하는 것을 불편해하고, '돈 걱정하지 마라, 넌 공부만해라' 하는 것은 아이를 캥거루족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상황을 충분히 공개하고,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돈이 없을 때의 불편함, 독립의 필요성 등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경제적 독립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누리는 경제적 여유가 자녀의 능력이 아닌 부모가 노력한 결과라는 것은 인식시켜 줘야 한다"며 "자녀 역시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돈을 벌고, 아끼고, 투자해 경제적 성취를 해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핍 교육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아이를 사랑한다고 해달라는 것을 다 해주는 것이 오히려 아이를 망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부모가 언제까지 아이를 지원해줄 수 없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순간이 한번은 올 수 있다"며 "자녀에게 결핍을 가르치지 않으면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힘을 가질 수 없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투기, 사람들의 희망 뺏는 것" [강영연의 인터뷰집]

◆부동산 투기, 사람들의 희망 뺏는 것

그는 집을 투자의 대상으로 바라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집을 가지고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들이 '사회에 미안해 해야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집은 투기가 아닌 삶의 공간이 돼야 한다"며 "수십 채씩 집을 사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한 채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뺏고 있다"며 지적했다.

그에게 집이란 '행복공간'이라고 했다. 그는 "가족이 모여있다는 것 자체가 최고의 가치"라며 "천리포에 있어도 서울에 있어도 가족이 함께 하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집을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주변 환경이다. 자연과 가까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 좋다고 했다. 또 큰 병원이 가깝고, 자녀들이 자주 올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집을 원한다고 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언제든 아플수 있기 때문에 병원이 너무 멀면 불안할 것 같다"며 "자녀들을 자주 볼 수 있게 거리적으로 가까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 갖추고 싶은 3가지 구성품으로 대화, 웃음소리, 음식냄새라고 했다. 김 소장은 아이가 들어올 시간이면 미리 음식을 한다고 했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음식냄새를 맡고 "맛있는 냄새"를 외치는 아이를 보면 행복하다고 했다. "진짜 집이라면 가족들간의 대화와 웃음소리가 들리고 음식냄새가 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음식냄새를 맡고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행복합니다. 그래서 요리를 자주하려고 노력해요."

강영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