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는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일대. / 자료=한경DB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는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일대. / 자료=한경DB
"최고가로 나온 초급매 몇 개 빼고는 매물이 없습니다", "강남에서도 그랬잖아요. 토지거래허가구역 돼도 살 사람은 사러 올 걸로 봅니다. 언제 내놓는게 좋을지 연락달라는 집주인들은 많습니다"….(여의도 일대의 공인중개사들)

오는 27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는 서울 압구정동, 여의도동, 목동, 성수동 일대의 공인중개사들은 주말동안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매수자들은 매물을 찾았지만, 호가를 들어보고 전화를 끊기 일쑤였다. 그도 그럴것이 매물이 없는 건 기본인데다 '초급매'도 '최고가'로 매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역 주민들이 재건축·재개발에 거는 기대감은 부풀어있는 상태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 아파트는 1584가구에 이르는 대단지임에도 나와있는 매물은 10여개 뿐이다. 가장 작은 전용 60㎡는 매물이 아예 없고, 79㎡는 19억~20억원에 매도 호가가 나와있다. 계약이 체결되면 신고가를 경신하게 된다. 이전까지 최고 거래가는 지난달 거래된 18억2000만원이었다.

실제 거래도 이뤄졌다. 지난 21일 전용면적 118㎡가 26억원에 신고가로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7월 20억원에 신고가로 거래됐고, 지난 1월만 하더라고 21억3000만원에 팔렸던 주택형이다. 집주인들은 물건을 거둬들이고 있고, 매수자들은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단지 내 상가의 A공인 관계자는 "급매가 맞다"면서도 "이달초만 하더라도 18억원 초중반대에 매물들이었는데, 순식간에 1억원가량 호가를 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셋값이 낮기 때문에 갭투자가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금여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거래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실제 전용 79㎡의 전세는 4억원대로 매도호가와 차이는 15억원가량 벌어진 상태다. 현금 부자가 아니라면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화요일은 늦으리"…여의도·목동에 전화 돌려보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을 앞둔 지역에서는 매물이 일찍감치 사라졌다. 25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여의도동의 아파트 매물은 보궐선거 이전인 지난 5일과 비교했을 때 512건에서 411건으로 19.8% 감소했다. 같은기간 압구정동도 619건에서 522건으로 15.7% 줄었고, 양천구 목동도 549건에서 531건으로 3.3% 주춤한 모습을 나타냈다. 개별 아파트별로도 매물이 눈에 띄게 줄었다. 여의도시범, 미성을 필두로 압구정동 현대1·2차와 신현대, 미성 그리고 목동 신시가지 14·9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물건도 있고 거래가 활발한 곳은 목동 일대였다. 매물도 비교적 풍부하고 전세를 끼고 있는 갭투자 물건도 제법 있었다. 목동의 B공인 대표는 "다주택자들이 매물들을 6월 전에 처분하려는 시기와 맞아 떨어진 면이 있다"며 "전세를 끼면 7억~8억원에도 매입이 가능하다보니, 싸게 나온 매물들은 거의 나오자마자 찍어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목동 신시가지 단지에서도 이번 주말 사이 적어도 10여건 이상의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신고가로 손바뀜이 났다는 게 현지에서의 얘기다. 지방에서 갭투자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뉴스가 나오고 대구랑 부산에서 전화를 좀 받았다"며 "압구정이나 여의도 보다는 자금이 덜 들어가고 며칠 안 남았지만 갭투자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집주인들은 여유만만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도 수요자가 있다고 봐서다. 지난해 정부의 6·17 부동산대책으로 '학습효과'를 봤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정부는 지난해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1년간 묶었다. 집값 과열을 사전 차단한다는 목적이었지만, 이후에도 신고가 거래가 나오는 등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거래량은 줄어들어 '거래만 잡고 거래가는 못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가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4개 주요 재건축·재개발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4개 주요 재건축·재개발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잠실동 아파트의 경우 최근까지도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전용면적 84㎡를 기준으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살펴보면, 잠실리센츠는 지난달 24억8000만원에 매매됐는데, 이는 지난해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기 직전의 거래가(21억원) 보다 3억8000만원 오른 수준이다. 엘스 또한 지난달 24억5000만원에, 잠실 5단지 역시 26억8100만원에 각각 신고가를 찍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기 전보다 3억원 이상 집값이 올랐다.

대치동의 C공인 관계자는 "강남은 언제나 수요가 있다보니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다도 본다"며 "압구정도 비슷한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의도나 목동·성수는 흐름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오는 27일부터 △압구정아파트지구(현대 등 24개 단지) △여의도 아파트지구 및 인근 단지(시범, 삼부 등 16개 단지) △목동택지개발사업지구(14개 단지) △성수전략정비구역(1~4구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1년간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