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계속 오를 것…실수요자, 여력 된다면 지금이라도 사야" [강영연의 인터뷰집]
"나에게 집은 무엇일까" '인터뷰 집'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를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죄악은 아니겠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하는 절대선도 아닐 겁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나이, 직업, 학력, 지역 등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고 싶은 분, 내 주변에 사람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직접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부동산을 투자자산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부동산의 수익률이 역사적으로 주식보다 높았고, 집을 사서 느끼는 안정감과 임대료 절감 효과가 크다고 했다.

당분간 서울 집값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실수요자들 중 여력이 된다면 지금이라도 집을 사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택공급부족, 저금리, 전세가격 상승까지 겹쳐 집 값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패닉바잉(공황매수)을 부른 임대차 3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동산 '발전가능성'이 제일 중요

홍 대표는 얼마 전 서울 북아현동에서 광장동으로 이사를 했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다. 그는 "아이가 수재면 걱정이 없겠지만 학업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어쩔 수 없었다"며 웃었다.

그가 집을 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발전 가능성'이다. 홍 대표는 "광장동은 동서울터미널이 가깝고, 대부분의 아파트가 낡아 재건축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며 "고도제한이 풀릴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북아현동 집도 발전가능성을 보고 선택했었다고 했다. 그는 2016년 북아현 뉴타운에 미분양된 아파트를 구입했다. 홍 대표는 "북아현에 들어갈 때는 '장화신고 들어가서 구두신고 나오자' 하는 마음이었다"며 "1990년대에 신도시 개발과정을 봤고, 당장은 별 것이 없어보여도 기반시설이 만들어지고 나면 평가를 받는 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입지, 신축, 직주근접을 꼽았다. 그 중에서도 입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홍 대표는 "부동산에서 입지 이상의 가치를 찾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신축인지, 신축이 될 수 있는 건물인지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했다. 현재 서울 등 대도시에서 신축이 공급될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서울 시내에서 신규 주택공급을 하려면 이해관계자와 재건축 관련 규제 등이 많아 쉽지 않다"며 "서울시장이 바뀌었어도 혼자 바꿀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당장 신축이 늘어나긴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신축 공급이 부족하니 희소한 걸 사는 게 맞다"고 했다.

세 번째는 직주근접이다. 출퇴근을 위해 왕복 2~3시간씩 걸리는 집과 30분 걸리는 집에 대한 선호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교통망을 잘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2019년 출간한 '밀레니얼 이코노미'에서 서울 금천구와 중랑구를 추천한 적이 있다. 홍 박사는 "서울 금천구는 신분당선에 버금가는 신안산선이 5년내에 들어오고, 중랑구는 광운대역세권개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개통 등으로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경기 구리와 남양주가 오르는 것도 이렇게 이해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8호선 연장을 위한 하저터널이 개통되는 만큼 강남 근접성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실수요자, 지금이라도 집 사야

홍 대표는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로 집을 사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이자 부담 때문이다. 그는 "처음 집을 살 때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한번만 계획이 꼬여도 악순환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사소한 조정도 못 버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실수요자의 주택 매입에는 찬성한다고 했다.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먼저 그는 주택 가격 상승의 이유로 신규 주택 공급 부족을 꼽았다. 홍 대표는 "최근 공공택지 개발이 시작됐지만 빨라야 2023년 하반기나 돼야 공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때까지는 가격 오를 것이라는게 그의 예측이다.

여기에 전세가격 상승도 고려해야한다. 그는 임대차 3법이라는 과도한 규제로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말 청구된 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내년 하반기 전세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지금 전세 세입자로 여력이 된다면 집을 구입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지금 전세 4억~5억원 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세입자를 생각해보자. 주변시세 등을 고려했을 때 2년후 7억원 이상으로 전세를 올려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면 7억짜리 아파트를 지금 사는게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고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헷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금리 등으로 전세계 부동산이 오르고 있고, 한국의 주택 공급부족은 만성적"이라며 "신도시밖에 답이 없는 상황인데 그것도 빨라야 2023~24년에나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택공급부족, 저금리, 전세가격 상승까지 고려하면 집값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대차 3법은 가장 실패한 정책"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빠르게 집값이 오른 것은 정책실패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주택시장을 수요와 공급이 아니라 투기꾼 포지션으로 몰아간 것"이 문제였다는 진단이다. 홍 대표는 "(투기꾼 때문에 집이 올랐다면) 양도세 등을 강화했을 때 시장 가격이 안정화돼야하는데 안 됐다"며 "2017년 8·2대책에서 재건축을 완화하는 대신 세금을 올려서 차익 환수하는 식으로 공급 중심 대책을 짰다면 지난해부터 입주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임대차 3법이 패닉바잉을 부른 결정적 동기라고 봤다. 홍 대표는 "임대차 3법이 가장 실패한 부동산 정책"이라며 "점진적으로 오르던 시장이 위험해진 것이 이 법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집값에 이어 전세가격까지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이 공포심에 집을 매입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부동산을 투자자산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부동산의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 뿐 아니라 임대료 절감 효과를 포함한 수익률을 고려해야한다는 것이다. 즉 월세, 전세 등 집이 없을 때 나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 대표는 "2000년부터 21년간 연평균 서울 집값은 5.6% 올랐는데, 체감 수익률은 7~8%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이 안정적인 자산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홍 대표는 "전 세계 16개국에서 1875년부터 2015년까지 주식과 부동산의 실질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주식은 6.9%, 부동산은 7.0%의 수익을 올렸다"며 "임대료가 안전마진 역할을 해 세계 1차 대전, 2차 대전, 오일쇼크, 대공황 때도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집은 가족과 함께 하는 '둥지'

그는 지금 집을 산다면 서울 성수동에 있는 집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발전가능성 때문이다. 그는 "35층 층고 제한이 풀리면 가장 혜택을 보는 곳이 성수동"이라며 "지하철 2호선이 다니고 다리를 건너면 바로 강남, 서울숲이라는 좋은 공원이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살고 싶은 곳은 용산의 주상복합아파트라고 했다. 층고가 높고, 신축이고, 아침식사까지 제공하는 커뮤니티 시설도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주상복합은 건물 층수가 높아 채광, 조망이 좋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사생활도 보호된다"며 "아파트보다 층간 소음 문제가 없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집에 갖추고 싶은 것은 서재. 와인셀러, 모션베드라고 했다. 그는 "명품, 자동차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와인은 유일하게 즐기는 사치품"이라며 "방 하나를 서늘하게 만들어 와인을 보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집은 '둥지'이자 '안식처'라고 했다. 밖에 있어도 빨리 집에 가고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 집은 기능적 역할보다는 가족이 함께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한 듯 했다. 그는 "일도 집보다는 도서관, 카페, 사무실 등에서 주로 하기 때문에 집은 최소한의 기능만 하면 된다"며 "다만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공원이 주변에 있고, 안전한 환경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