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 완화해야 하나"…고민에 빠진 국토부
오세훈 서울시장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여부를 놓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정비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규제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정부로선 공급 대책의 핵심 파트너인 서울시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어서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25개 자치구로부터 구내 재건축 안전진단 진행 상황을 취합했다. 주요 단지명과 준공일, 현재 안전진단 단계 등 구체적인 진행 사항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에서는 정부에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건의하기 위해 서울시가 본격적으로 현황 파악부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일 취임한 오 시장은 후보 시절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등을 언급하며 “정부에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건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자치구별로 얼마나 안전진단 추진이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정부에 규제 완화를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진행을 위한 첫 관문으로 도시정비법 시행령 및 안전진단 기준에 근거한다. 오 시장이 아무리 민간재건축을 활성화하고 인허가에 속도를 내겠다고 해도 일단 정부가 정한 안전진단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재건축 시작 자체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2018년 2월 이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평가 항목 중 기존 20% 수준이었던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50%까지 높였다. 40% 수준이었던 주거환경 가중치는 15%로, 건축 마감 및 설비 노후도 기준도 30%에서 25%로 낮췄다. 생활환경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건물 구조에 심각한 결함이 있지 않으면 재건축을 허가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과도하게 완화된 안전진단 기준으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제도가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상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17대책’에서도 현장조사 확대 등으로 안전진단 절차를 강화했다.

서울시가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강력하게 건의할 경우 정부 입장도 난감해진다.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논의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게 내부 판단이지만, 최근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불과 3년 만에 다시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기엔 지나치게 명분이 부족하다”며 “다만 필요한 협조를 얻기 위해 서울시의 건의를 어느 정도 수용해줘야 할 수 있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로부터 공식 요청이 오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