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  /한경DB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 /한경DB
대구 아파트 10채를 구입하며 탈세를 위해 1억원 넘게 낮은 허위계약서를 작성한 부동산 법인과 법인명의로 창원에 6채의 아파트를 싹쓸이한 외지인 등이 국세청의 조사를 받게 됐다. 다주택자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법인 명의로 지방의 1억원 미만 아파트를 무더기로 사들인 것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기획단)은 지난해 9∼11월 지방의 부동산 과열 지역에서 신고된 2만5455건의 거래 중 1228건의 이상 거래를 포착해 조사한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이상거래 1228건 중 △탈세 의심 58건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의심 162건 △대출규제위반 4건 △명의신탁 20건 등 총 244건의 불법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

기획단은 작년 하반기 울산·천안·창원 등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외지인의 저가 주택 매수가 급증하는 등 과열 조짐을 포착했다. 지역 주민과 실수요자 피해가 우려되자 15개 주요 지역을 선정해 작년 12월부터 약 3개월간 기획 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개인·법인이 투기를 목적으로 아파트를 무더기로 사들이며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집중 단속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동일 법인이 다수의 아파트를 단기간 내 다운계약을 통해 집중 매입한 사례 등 특정 법인이 개입된 계약일·거래가격 등 허위신고 25건이 적발됐다. 외지인이 법인 명의를 이용하여 저가주택 다수를 매입한 사례 6건 등 법인을 이용한 편법·불법행위 73건에 달했다.
법인 동원해 대구 10채·창원 6채 싹쓸이 투기…"딱 걸렸다"
부동산 임대·개발업을 하는 A 법인은 작년 9월부터 두 달 동안 대구 달서구에 있는 아파트 10채를 집중 매수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썼다. A 법인은 8억원에 매수한 아파트를 6억9000만원에 거래했다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허위 신고로 취득세를 탈루하는 등의 혐의가 포착됐다.

경기도 안양에 사는 B씨는 작년 6월부터 5개월 동안 경남 창원 성산구에 있는 아파트 6채를 6억8000만원에 사들였다. 거래금액 전액을 B씨가 대표로 있는 법인 C 계좌에 이체해 지급하는 등 법인 C명의로 계약·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10 대책에서 다주택자 취득세율을 인상하면서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 중과대상에서 제외했다. 기획단은 B씨는 이 같은 맹점을 이용해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높은 세율을 피하기 위해 법인 명의를 동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60대 D는 울산 남구 소재 아파트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거래금액 약 3억5000만원 중 전세 승계 보증금 9000만원을 제외한 약 2억6000만원 전액을 사위 E로부터 차입해 지급했다. D씨의 거래가 편법증여에 해당할 수 있다. D씨가 사위에게 세법상 적정 이자(4.6%)를 지급했는지도 조사대상이다.
법인 동원해 대구 10채·창원 6채 싹쓸이 투기…"딱 걸렸다"
한편 국토부는 올해 2월 임시조직 형태로 설치한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최근 기획단으로 확대 개편했다. 정규조직으로 설치하고, 전문 인력을 보강하는 등 조직을 강화했다. 기획단은 탈세 의심 사례는 국세청에, 대출 규정 위반 의심 사례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각각 통보하고, 계약일·가격 허위신고 등 행위는 지자체에 통보해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명의신탁 등 범죄행위 의심 건은 경찰에 수사 의뢰한다.

기획단은 시세 조작 목적으로 신고가 허위신고 후 취소한 소위 '실거래가 띄우기' 의심사례에 대한 기획조사를 지난 2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자전거래' 등 범죄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관할 경찰청에 수사의뢰할 계획이다. 자전거래에서 개업공인중개사가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거짓으로 거래가 완료된 것처럼 꾸미는 등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공인중개사법 제 33조 및 제 48조에 의거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