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심리…공급지속 신호 줘야 잡는다"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장기전세 다시 확대

오세훈 서울시장이 10년 만에 서울시청으로 다시 출근했습니다. 집코노미TV에선 오 시장이 후보 신분이던 지난 2월 일찌감치 주택 정책과 관련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는데요. 당시 오 시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요?”

이 한 마디는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줄줄이 실패한 이유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의 정책 기조가 어떻게 바뀔지도 담겨 있죠. ①도심에 많은 주택을 공급하려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밖엔 방법이 없고 ②그렇게 하면 단기적으론 집값을 자극하는 부작용이 있지만 ③이렇게 공급이 꾸준히 이뤄질 것이란 신호를 줘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부가 재개발·재건축에 손을 놓은 것은 아닙니다. 공공재개발과 공공 참여형 재건축,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잇따라 도입했죠. 하지만 이런 정책은 비교적 근래 들어서의 일입니다. 공공재개발이란 개념이 등장한 게 지난해 5월이었으니까 겨우 1년도 지나지 않은 거죠. 오 시장이 언급한 ‘구더기’를 무서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도 모두 공공이 개입하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오 시장이 집코노미TV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던 건 민간의 활력입니다. ‘공공’이란 글자만으로도 주민들의 거부감이 심한 만큼 아예 민간에 맡기되 당근과 채찍을 함께 주겠다는 것이죠. 층수제한을 없애고 용적률을 올려주는 대신 땅을 기부채납받아 공공용지로 활용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렇게 하면 아파트단지의 동(棟)수가 줄어들어 도시 미관도 개선할 수 있죠. 이미 사례는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한강변 랜드마크 아파트인 ‘래미안첼리투스’죠. 과거 ‘한강르네상스(한강공공성회복선언)’ 사업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이런 멋진 아파트의 명맥이 끊긴 줄 알았는데 다시 등장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민간 정비사업이 활성화되면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참여 형태의 정비사업은 급속하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 시장은 이미 민간 정비사업의 구역지정 기준을 완화한다는 구상까지 끝낸 상황입니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높아졌던 허들을 다시 낮추겠다는 것이죠. 집코노미TV를 통해서 처음 밝혔던 여의도나 목동, 압구정 등의 재건축에 대한 계획은 최근 언론에도 많이 소개되고 있죠. 결국 집값이란 건 물량으로 승부를 보지 않으면 수요자들의 심리를 잠재울 수 없다는 게 오 시장의 진단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으로 출근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으로 출근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물론 오 시장의 언급대로 단기적인 부작용은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진통이 생각보다 길거나 사회적 논란까지 이어질 수 있죠. 정비사업 활성화 신호만으로도 집값이 너무 올라 구역지정조차 못 하게 될 수도 있고요. 오 시장의 전임 시절이 그랬죠. 4차 뉴타운을 지정하려고 했지만 부동산 가격 불안을 우려해 끝내 선정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은 것도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대권 물망에 오르는 오 시장이 1년 후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어떤 선택을 받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제가 오 시장을 인터뷰하면서 인상 깊었던 지점은 주택 정책에 대한 전문성이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많이 언급되진 않았지만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는 공약들도 많았는데요. 소규모 정비사업의 한 갈래인 ‘모아주택’이 그렇습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보다 더 작은 규모지만 여러 가구가 합심해 땅을 모아오면 용적률을 올려주겠다는 개념입니다.

장기전세(시프트)를 업그레이드하고 물량도 확대하겠다는 임대주택 정책도 나왔는데요. 이 시리즈를 통해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과거 장기전세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게 바로 오 시장이죠. 국토교통부가 오늘 구체적인 안을 발표하는 공공전세의 원형이기도 합니다. 장기전세는 박 전 시장 시절, 그리고 변창흠 장관이 SH 사장이던 시절 재정적 부담이 된다며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았는데요. 임대 형태가 전세인 만큼 당장 현금흐름 생기진 않으니까요. 그러나 장기전세의 만기가 돌아왔을 때 민간에 매각하면 오히려 다른 주택 정책을 펼칠 재원이 마련된다는 게 오 시장의 복안입니다. 이 같은 주택이 많아야 서민들이 안정적으로 주거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다는 것이죠.

내집마련은 시대를 불문하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시장 한 명 바뀌었다고 내집이 생기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안심하고 기다려도 된다’는 대전환의 시작이길 바랍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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