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내년 법 시행 전에 반드시 보완 입법이 이뤄져야 합니다. 기업들이 하루빨리 불확실성을 덜고 경영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건설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랍니다.”
"중대재해법 책임범위 지나치게 모호…내년 법 시행 前 보완입법 마련해야"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회장 김상수)가 31일 연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보완방안 마련 촉구를 위한 건설업계 간담회’에 참석한 건설사 대표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한 내용이다. 이날 행사에는 박현일 반도건설 대표, 윤창운 코오롱글로벌 대표, 허상희 동부건설 대표, 이석민 한라 대표 등 중견 건설사 대표 10여 명이 참석했다.

고용노동부는 내년 1월 27일 시행을 앞두고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시행령 제정에 나섰다. 건설업계는 법을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데도 법규가 지나치게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업계는 법 시행 전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먼저 중대산업 재해 기준을 ‘1명 이상 사망’에서 ‘3명 이상 사망자가 1년 내 반복 발생’으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과 동일한 범죄 구성 요건을 규정하면서도 처벌 대상과 형량을 대폭 높여 형벌 체계상 균형 상실로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또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중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 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규정을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전보건 관계 법령이 한두 개가 아닌 데다 관리상의 조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막연해 경영책임자의 의무가 무한대로 확장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1년 이상 징역’의 하한형 형벌을 최대 얼마까지로 정하는 상한형으로 고쳐야 한다는 것도 업계의 절실한 하소연이다.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는 과실로 인한 게 대부분인데 이런 사고에까지 고의범과 과실범에 적용하는 하한형 형벌을 부과하는 건 지나치다는 얘기다.

업계는 시행령 제정안도 보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현행 법령에서는 경영책임자 등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준하여’라는 표현이 모호한 만큼 ‘해당 업무를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규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 기준’과 관련해서도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공인된 ‘합리적 실행 가능성’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산업안전보건협약은 사용자의 조치가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범위 내에서’ 요구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계는 이날 논의한 보완 입법안과 시행령 제정안을 청와대와 국회,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에 건의하기로 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