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사태’로 공공주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회의가 커진 와중에도 서울 성북구 성북 1구역 등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 16곳을 선정했다. 이를 통해 서울 도심에 총 2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공공재개발을 통한 대규모 공급을 공언했지만 사업이 순항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공공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민간 재개발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져서다. 공공과 민간재개발 방식의 이해득실을 둘러싸고 토지소유주간 첨예한 갈등이 불거질 것이란 전망이다.
◆16개 후보지서 2만가구 공급
정부와 서울시는 29일 공공재개발을 신청한 구역 중 신규및 해제구역 16곳을 2차 후보지로 선정했다. 지난해 참여한 70곳 중 1차 후보지, 도시재생 사업지 등을 제외하고 자치구가 최종 추천한 28곳을 심사한 결과다.

노후 저층주거지가 많은 성북구(성북1·장위8·장위9)와 서대문구(홍은1·충정로1·연희동 721-6)에서 각각 세 구역이 선정됐다. 양천구 신월7동-2, 송파구 거여새마을, 노원구 상계3, 강동구 천호A1-1, 동작구 본동 등도 최종 후보지에 이름을 올렸다. 유력한 후보였던 용산구 한남1구역은 일부 주민의 반대 등으로 후보지에서 배제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 시급성(노후도 등), 사업의 공공성(공급효과 등), 사업 실현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했다”고 설명했다.

공공재개발은 정부가 5·6 대책에서 처음 제시한 방안이다. 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이 조합과 함께 공동시행사로 참여하는 형태다. 공공재개발 추진 지역에는 △용적률 상향(현행 250%→300%)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사업비 융자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 대신 새로 짓는 주택 중 조합원분을 제외한 물량의 절반은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정부는 앞서 1월 이미 정비계획안에 마련돼 있어 심사 등이 쉬운 기존 정비구역 8곳을 1차 후보지로 선정한 바 있다. 동작구 흑석2, 영등포구 양평13·14, 동대문구 용두1-6·신설1, 관악구 봉천13, 종로구 신문로2-12, 강북구 강북5 등이다.

16개 후보지에는 현재 1만109가구가 있다. 계획대로 재개발이 완료되면 2만202가구로 1만93가구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조합은 늘어난 물량의 절반인 5000여가구를 공공임대와 수익공유형 전세 등 임대주택으로 내놓아야 한다.

정부와 서울시는 후보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만간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뒤 연내 정비계획 수립절차에 착수하겠다는 목표다.
◆민간 재개발 이탈 ‘복병’
1차 후보지를 포함하면 서울내 공급가능한 주택은 24곳의 시범사업지 총 2만5000여가구로 추산된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정부가 작년 5·6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언한 4만 가구중 절반을 넘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동의율확보에 난항이 예상돼 공공재개발을 통한 공급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LH사태의 후폭풍으로 후보지 곳곳에서 ‘공공방식 반대’의견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실제 유력 후보지였던 한남1구역과 강동구 고덕2-1 고덕2-2, 성북구 성북4 등은 공공재개발에 대한 주민의 반대여론 등을 고려해 후보지에서 최종 탈락했다. 최종 선정된 후보지중에서도 거여새마을 등에서 반대여론이 불거지고 있다. 최종 공공재개발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이미 조합이 설립된 곳은 50%, 신규 구역과 해제구역은 토지 등 소유자 66.7%의 동의가 필요하다.

서울 재개발 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서울시장 선거결과도 민간 재개발 규제완화에 전향적인 야권으로 기울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26~27일 실시한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50.5%의 지지를 얻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34.8%)를 앞섰다. 수세에 몰린 박 후보마저도 “재개발 시 공공 주도만 고집하지는 않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신규지역은 다른 대안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공공재개발 신청을 한 곳이 상당수”라며 “민간 재개발 문턱이 낮아지면 굳이 공공방식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1차 후보지 중에서도 이탈하는 곳들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1차 후보지 중 LH가 담당하는 두 곳(신설1‧봉천13구역)은 이달중 예정됐던 주민설명회조차 열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행사들을 바꿔달라는 조합원들의 민원도 잇따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재개발 사업이 성공하려면 성공적인 개발 케이스를 최대한 빨리 보여줘야 하는데 LH사태로 인해 잡음이 많아지고 있다”며 “야권 후보가 달성된다면 ‘정부 따로, 서울시 따로’ 식의 재개발 방식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유정/장현주 기자 yjle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