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주요 공약을 이행하는 데 총 4조483억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총 공약 수와 그에 따른 비용조차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공약가계부 분석 결과 두 후보 모두 서울시장 잔여 임기(1년 3개월)동안 자신들이 공언한 사업들을 실현할 수 없을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29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공개 질의서 회신 내용을 공개했다. 박 후보와 오 후보의 총 공약 수와 소요 재원 등 공약 가계부를 질의하고 분석한 내용이다. 박영선 후보의 공약 수는 59개였다. 공약 이행에 필요한 2021년 재원은 4조483억원으로 제시했다. 다만 핵심 공약인 21분 생활권 도시(42억원) 탄소 중립도시(2920억원) 글로벌 디지털 경제수도(3010억원) 등은 사업 전체 비용이 아닌 기본설계비 등 직접 투자 비용만 추계해 제시했다. 매니페스토본부는 "해당 사업은 많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연구용역 및 기본설계, 기본계획 수립 용역비만을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약가계부만 봐도 사실상 임기 내 실현되기 어려운 공약이라게 증명됐다는 것이다. 오세훈 후보는 전체 공약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 공약과 소요 재원 등을 아예 제시하지도 못했다. 선거일이 1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공약과 이에 필요한 재원이 얼마인지를 사실상 모른다고 답한 셈이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오 후보는 그 무엇보다도 공약가계부 제시를 우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가 그나마 제시한 10대 공약 중 일부 신규사업 역시 실현 가능성이 낮을 것이란 게 매니페스토본부의 분석이다. 대규모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안심소득제도(40억원)는 전면실시가 아닌 시범실시로 제한했다. 상생주택 공급(30억원) 또한 2021년도 사업비만을 책정했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소요비용에 대한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매니페스토본부는 두 후보 모두 임기(1년 3개월) 내 실현할 수 있는 정책공약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올해 12월 국회 및 서울시의회의 예산심의를 통과해야 정책공약 실행을 위한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후보들의 정책공약이 임기 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이 택배단가 인상에 나선다. 증권가는 실적 개선과 함께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25분 기준 CJ대한통운의 주가는 전날보다 2.24% 오른 18만25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달 초(3월 2일, 16만3000원) 대비 12% 가량 오른 수준이다.CJ대한통운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택배비 인상을 결정한 점이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CJ대한통운은 4월부터 소형(세 변의 합이 80cm, 무게 2kg 이하) 택배 계약 단가를 250원 인상하는 내용이 담긴 가이드라인을 일선 대리점에 배포했다. 이에 따라 소형 택배 운임은 기존 1600원에서 1850원으로 오를 예정이다.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CJ대한통운의 소형 택배 물량은 전체의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대형 물량 역시 인상이 예상된다"며 "올 1분기 부진 이후 택배 단가 인상이 본격화되는 2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택배 가격 인상은 이미 예견됐다.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시행하면서 추가 인력 투입 등으로 택배사의 비용 부담이 는데다 최저 임금과 터미널 임대료 상승 등도 영향을 미쳤다.CJ대한통운은 올해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게 됐다. 이번 인상폭과 동일하게 택배기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를 올리게 되며 추가로 분류인력 충원 등에 600억원 이상 사용할 예정이다.증권업계에서는 택배 단가 인상이 CJ대한통운의 이익 전망과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을 모두 높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롯데로지스틱스와 한진택배까지 3사(합산 점유율 77%)가 함께 올린다는 점에서 인상 효과는 더욱 빠를 것이라는 분석이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택배 물량이 폭증하면서, 현재 택배업계는 점유율 싸움을 멈추고 있다. 대신 가격 정상화를 통해 배송서비스 및 근로환경을 개선시키는데 초점을 맞춘다는 입장이다.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의 초점은 '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풀필먼트)'와 빠른 배송 등 서비스 차별화에 맞춰질 것"이라며 "인프라 투자와 네이버 협력을 진행하는 CJ대한통운을 관심있게 보는 투자자라면 매력적인 기회"라고 설명했다.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중국 최대 민영 완성차 업체인 지리자동차의 상하이증시 커촹반(과학창업판) 상장이 ‘기술 미달’을 이유로 중단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은 유망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허가제’ 대신 ‘등록제’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면서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지리차는 지난해 6월 상하이거래소에 커촹반 상장 심사를 신청했다. 커촹반 기업공개(IPO)로 200억위안(약 3조5000억원)을 조달해 전기자동차 등 미래차 개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지리차의 모기업인 지리홀딩스는 홍콩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시가총액은 2200억홍콩달러(약 32조원) 안팎이다. 지리홀딩스의 지난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주력 자회사인 지리차 133만 대를 포함해 210만 대에 달했다. 그러나 시가총액은 33만 대를 판매한 BYD(5000억홍콩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리홀딩스는 지리차의 커촹반 상장을 통해 전기차 사업을 부각시켜 그룹 주가를 재평가받겠다는 전략을 세웠다.상하이거래소는 작년 9월 지리차 상장을 승인했다. 하지만 거래소 승인 이후 통상 3개월 내에 이뤄지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록이 6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증감위는 지리차의 기술이 첨단기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커촹반의 수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는 재무 상태가 건전한 기업에 기술 요건을 들어 상장을 막은 첫 사례로 꼽힌다.금융당국이 이처럼 커촹반 상장에 까다로운 기준을 들이대면서 상장을 포기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중국 증시 IPO 계획을 철회한 기업은 모두 84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곳에서 크게 늘었다. 또 상장 대기 중인 기업도 730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중국 금융당국은 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2019년 7월 문을 연 커촹반에 등록제를 도입했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촹예반이 등록제로 바뀌었다. 원칙적으로는 적자 기업도 예상 시가총액이나 실적, 연구개발(R&D) 투자 등 다양한 기준 중 하나만 충족하면 등록할 수 있다.하지만 지난해 11월 알리바바그룹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의 상장을 중단시킨 이후 금융당국은 몇 가지 ‘보이지 않는’ 기준을 추가해 실질적으로 허가제처럼 운영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증감위는 또 커촹반 상장 희망 기업에 ‘과학기술’ 경쟁력에서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커촹반 운영세칙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