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전경.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전경. /연합뉴스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던 서울 전셋값이 주춤거리고 있다. 강남지역에선 전셋값이 하락세로 전환했으며, 강북 인기지역에서도 상승폭도 멈추는 분위기다.

2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22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04% 상승했다. 지난주(0.05%) 대비 상승폭이 0.01%포인트 낮아졌다.

고가 전세가 모여 있는 강남지역 곳곳에서 시장이 위축되며 전셋값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강남구 아파트 전세가격은 0.02% 하락하며 작년 5월 둘째주 이후 45주만에 처음 내렸다. 송파구 아파트 전세도 0.01% 떨어지며 50주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강남지역에선 개학 이후 학군 이사 수요가 줄면서 전세 매물이 쌓이고 호가가 내려가는 곳이 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이달 초 전세보증금 9억원에도 계약이 이뤄졌으나, 최근 호가는 7억원까지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 76㎡도 지난달 최고 7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으나, 현재 호가를 5억5000만원까지 내린 매물도 나왔다.

강북에서도 상승세가 멈춘 지역이 나왔다. 서울 마포구는 1700가구에 달하는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1694가구) 입주를 앞두면서 보합으로 전환했다. 2019년 9월 둘째주 이후 80주 만이다. 종로구도 상승을 멈추고 보합을 기록했으며, 강북(0.06%→0.05%) 동대문(0.04%→0.03%) 광진(0.03%→0.02%) 등은 오름폭이 줄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그간 상승폭이 컸거나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 위주로 매물이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전경.  /한경DB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전경. /한경DB
매매가격 상승폭도 늘지 않는 추세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5% 올라 전주와 동일했다. 정부 공급대책으로 인한 물량확대 기대감에 주택담보대출 등 시장금리 상승 영향으로 매수세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강남지역에선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매매가격도 끌어내리는 모양새다. 집값은 대체로 관망세를 보이며 강남4구 전체 상승폭이 축소(0.08% → 0.07%)됐다. 송파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0.08%로 지난주 상승률을 유지했지만, 서초구와 강남구는 같은 기간 0.09%, 0.08%에서 각각 0.07%로 낮아졌다. 강동구도 0.05%에서 0.04%로 줄었다.

일각에선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공시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당분간 둔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특히 고가 단지 위주로 매수 심리가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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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지역에선 여전히 상승률이 높다. 25개 자치구 중 양천구(0.11%)가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목동 위주로 많이 올라 이번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노원구(0.09%)는 중계동 구축 위주로 상승했다.

아직 중저가 단지들이 남아 있는 수도권 지역도 많이 뛰었다. 인천(0.36%→0.46%)과 경기(0.37%→0.38%) 등 상승폭이 확대됐다. 경기지역에선 시흥시(1.09%)와 안산시(0.92%) 등 인근 지역 대비 집값이 저평가됐거나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 위주로 오르는 중이다. 인천에선 월판선 등 교통호재 있는 연수구(0.85%)가 많이 뛰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