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쏟아낸다
6월1일 전에 팔아야 세금 부담 덜어
공시가 발표 후 서울 매물 1300건↑

vs

버티기 들어간다
작년부터 증여·매각 등 선제조치
세입자에게 稅 부담 전가 가능성도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한경DB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한경DB

공동주택 공시가격발(發) 세금 폭탄이 본격화됐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19%가량 뛰면서 14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집을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주택도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세 부담을 견디지 못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을지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공시가격 상승률 세종 70%, 경기 23%, 서울 19%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시가격 상승률은 19.08%다.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공동주택은 아파트와 다세대, 연립주택 등을 포함한다. 올해 공시 대상 공동주택 수는 지난해 1383만 가구보다 2.7% 늘어난 1420만5000가구로, 한국부동산원에 의뢰해 조사·산정됐다.
공시가 쇼크…'파느냐, 버티느냐' 다주택자의 선택은?

전국 시·도 중에서는 세종이 70.68%로 상승해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세종 천도’ 논의가 이뤄지면서 집값이 크게 뛴 영향이다. △경기 23.96% △대전 20.57% △서울 19.91% △부산 19.67% △울산 18.68% 등의 순으로 많이 올랐다.

서울에서는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강남보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비강남권의 강세가 돋보였다. 서울 25개 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곳은 외곽지역인 노원구(34.66%)다. 이어 △성북구(28.01%) △강동구(27.25%) △동대문구(26.81%) △도봉구(26.19%) △성동구(25.27%) 등의 순이었다. 다른 자치구들도 대부분 2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구(13.96%), 서초구(13.53%), 송파구(19.22%) 등 강남3구는 서울 평균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공시가격 폭등으로 종부세(공시가격 9억원 초과)를 내야 하는 가구도 크게 늘었다. 전국 기준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은 올해 52만4620가구로 작년(30만9835가구)에 비해 69.3% 급증했다. 서울에서는 168만864가구 중 40만6167가구(24.2%)가 종부세를 납부해야 한다. 현행 종부세 과세 기준이 처음으로 적용된 2008년에는 9억원 초과 주택 비중이 6.5%에 그쳤다.

올해 공시가격이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한 건 집값 상승과 공시가격 시세반영률 제고가 겹쳤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2030년까지 90%까지 상승한다. 올해 시세반영률은 작년에 비해 1.2%포인트 상승한 70.2%다. 하지만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시세가 오른 것에 비해 공시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면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폭탄이 현실화됐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다주택자 매물 내놓을까
공시가격 상승으로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세금 부담을 우려한 다주택자가 미리 증여 및 매각 등의 조치를 취했을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오는 6월 1일 전에 세 부담을 줄이고자 주택 처분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매기는 6월 1일 전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면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실제로 매물도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15일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공개된 이후 21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6048건으로 집계됐다. 4만4679건에서 1369건 늘어난 수치다.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을 노린 실수요자들이 매매 수요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청약 대기 수요가 대거 매매 수요로 돌아설 수 있다는 뜻이다. 청약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수도권에서 분양한 아파트가 모두 1순위 청약에서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설 만큼의 물량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의 설명이다. 정부가 수차례 공시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 세 부담을 우려한 다주택자들이 지난해부터 증여 등을 통해 매물 처분을 이미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아파트 증여는 9만1866건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2019년(6만4390건)과 비교하면 43%가량 늘어났다. 서울 아파트 증여건수는 2만3675건으로 2019년(1만2514건)의 약 두 배로 증가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에서 시세 차익을 노린 ‘버티기’에 나서겠다는 다주택자도 많다.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천만원씩 오른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 선호 현상이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별다른 소득 없이 고가 주택만 소유하고 있는 은퇴자의 경우 집을 월세 놓고 외곽지역으로 이사가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도 커졌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동주택뿐 아니라 토지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세 부담이 훌쩍 높아졌다”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정책 신뢰성이 떨어진 데다 세금까지 오르면서 조세 저항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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