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공람 3년전 도면 나돌아…주민들 "공무원·업체직원 땅샀다"
시, 토지취득 공무원 6명중 투기의심 3명 경찰에 수사의뢰
주민대책위 "200여건 투기정황 있다…용인시 조사 못믿어, 수사기관이 나서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전국 개발 예정지의 수상한 토지거래 의혹 조사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경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투기 의혹마저 수면위로 불거지면서 그 실체가 규명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소문 무성했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투기의혹 실체 드러나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처인구 원삼면 일원 416만㎡에 사업비 1조7천903억 원을 들여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SK하이닉스가 이곳에 약 122조 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진 2018년 하반기께부터 '부동산 대박'에 대한 기대감으로 땅값이 30∼40% 급등하고, 소위 '떳다방'도 생겨났다.

2019년 3월 29일 사업부지로 원삼면이 확정되고 주민공람공고가 진행됐는데, 이미 3년전부터 사업 예정지의 경계와 토지이용계획 등이 담긴 도면이 시중에 나돌면서 이 정보를 활용한 투기의혹이 제기돼왔다.

처인구의 부동산업계가 2016년부터 갖고 있던 예상도면이 용인시가 공람공고 시점에 공개한 도면과 일치해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이 짙었으나, 지금까지 이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사업 부지내 주민들 사이에서는 용인시 공무원과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차명으로 땅을 샀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용인시는 "SK측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만든 도면이 유출됐으면 유출됐지 시에서는 도면을 유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유야무야 묻혀가고 있던 반도체클러스터 투기의혹은 최근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전환점을 맞게 됐다.

용인시는 지난 7일 반도체클러스터와 플랫폼시티 등 관내 사업지구에 대한 투기세력 차단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시 자체조사결과 사업지구 내 토지를 보유한 직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소문 무성했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투기의혹 실체 드러나나?
그러나 백군기 용인시장은 18일 긴급 온라인브리핑에서 시청과 용인도시공사 직원 4천817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6명이 사업부지 관련 토지를 취득했고, 이중 투기의심 정황이 있는 3명은 경찰에 수사의뢰하겠다고 밝혔다.

토지 소유 공무원이 없다고 했다가 열흘만에 6명이 거래한 사실이 있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더구나 시가 밝힌 투기의심 공무원은 공무원 이름과 토지거래 명세서 이름을 대조한 것이어서 가족이나 차명 투기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투기 의혹을 제기해왔던 원삼면 주민들은 시가 공무원 3명에 대해서만 수사의뢰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의 자체조사에 대해 신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조사범위와 방법을 바꾸면 훨씬더 많은 투기꾼을 찾아낼수 있다는 것이다.

원삼면주민통합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용토지 경계선에서 반경 1㎞ 이내의 토지거래내역을 자체 조사해 200여건의 투기의심 정황과 공직자 관련 거래 30여건을 확보했다"면서 용인시가 자체조사한 내용은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경찰 등 수사기관이 전담해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이들의 명단을 밝힐수는 없지만, 수사기관에서 요청해오면 모든 조사자료를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공무원뿐 아니라 반도체클러스터의 설계와 감리를 맡은 업체, SK측의 담당 직원, 원삼면사무소 공무원등으로 투기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전정보로 인한 투기정황이 있는 반도체클러스터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문 무성했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투기의혹 실체 드러나나?
한편 용인시는 사업부서 근무 이력 직원(358명)과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등 2천800여명, 투기의혹이 제보되는 직원·가족을 대상으로 2차 부동산투기 조사를 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