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올해 지난해 대비 70% 이상 폭등하면서 보유세 부담도 크게 높아졌다. 세종시 다정동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세종시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올해 지난해 대비 70% 이상 폭등하면서 보유세 부담도 크게 높아졌다. 세종시 다정동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올해 공시가격 급등으로 ‘세금 폭탄’을 맞게 된 곳은 서울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인기 지역만이 아니었다. ‘천도론’으로 집값이 급등한 세종시를 비롯한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 대도시에서도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크게 높아지게 됐다. 서울에서는 노원구 등 외곽지역 아파트까지 대거 종부세 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부산 광주 등 지방 세부담 급증

16일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지방 광역시, 세종시, 서울 외곽지역 등 총 30개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분석한 결과 높은 상승률을 보인 곳이 많았다.

올해 처음으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가 대거 늘었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더샵센텀스타’ 전용면적 164㎡의 올해 공시가격은 11억68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67.6% 급등해 종부세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 작년 2월 12억원에 거래된 이 주택형은 9월에 4억5000만원 오른 16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광주 남구 봉선동 ‘포스코더샵’ 전용 84㎡도 올해 공시가격이 15.8% 상승했다. 광주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인 4.7%보다 세 배가량 높았다.
'보유세 폭탄'에 부산·대구·세종도 비명…200만원 넘는 단지 속출
공시가격 급등 여파는 고스란히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으로 이어졌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에게 의뢰해 보유세 부담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만 59세, 만 5년 미만 보유 1주택자로 세액공제가 없는 경우) ‘더샵센텀스타’ 전용 164㎡ 한 채를 갖고 있는 집주인은 올해 보유세로 약 263만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약 183만원에서 80만원(43.6%) 증가한다.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집값이 오른 건 사실이지만 실제 소득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어떻게 보유세를 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70%를 넘은 세종도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되는 아파트가 무더기로 나왔다. 정치권에서 국회 이전 논의가 진행되면서 세종 일대 집값이 폭등한 영향이다. 다정동 ‘가온마을12단지더하이스트’ 전용 102㎡는 올해 공시가격이 9억200만원으로 처음으로 9억원대를 넘겼다. 작년 대비 69.9% 상승했다. 보유세는 지난해 약 112만원에서 올해 약 159만원으로 41.1% 오른다. 금강이 보이는 대평동 ‘해들마을6단지e편한세상리버파크’ 전용 99㎡의 공시가격은 9억49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67.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보유세는 작년보다 43.0% 오른 약 193만원으로 추산된다.

서울 외곽도 줄줄이 종부세 대상

서울 외곽지역도 보유세가 40% 이상 오르는 단지가 많았다. 노원구 34.66%를 비롯해 성북구(28.01%), 동대문구(26.81%) 등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올해 서울 상승률(19.91%)을 훌쩍 뛰어넘었다.

무주택 서민들이 첫 주거지로 많이 찾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도 세금 폭탄을 피하지 못했다. 노원구 중계동 ‘동진신안 아파트’ 전용 134㎡를 보유한 1주택자는 올해 보유세로 약 283만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약 197만원)에 비해 43.8% 오른 것이다. 이 단지의 올해 공시가격은 9억7400만원으로, 작년(7억3300만원)보다 32.9% 오르면서 종부세 과세 대상에 들어갔다.

중계동 G공인 관계자는 “강남지역보다 노도강 등 외곽지역 공시가격 상승률이 더 높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사실상 ‘서민 증세’가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랑구 묵동 ‘묵동자이2단지’ 전용 157㎡의 올해 공시가격은 10억5800만원으로, 지난해(8억900만원) 대비 30.8% 올랐다. 올해 보유세는 약 324만원으로 작년(약 225만원) 대비 44.0% 오른다.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 전용 84㎡도 처음으로 공시가격 9억원대를 돌파했다. 지난해에 비해 26.7% 오른 9억1200만원이 되면서 보유세는 작년보다 41.6% 증가한 약 252만원을 내야 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등 특정 지역에서만 내던 종부세가 공시가격 급등으로 ‘전국 세금’이 됐다”며 “종부세 적용 기준을 상향하는 등 은퇴자 등의 세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현주/전형진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