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지방 광역시의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거래) 비율이 지난해 하반기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뒤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줄어들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현상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투기 잡겠다더니…서울·광역시 '갭투자' 오히려 늘어
15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전체 ‘자금조달계획서상 보증금(전세금) 승계 거래 중 임대 목적 매입’ 비율은 작년 9월 16.6%에서 지난달 40.3%로 23.7%포인트 증가했다. 자금조달계획서상 보증금을 승계한 뒤 임대 목적으로 거래했다는 것은 전세를 끼고 매입한 뒤 실거주하지 않는 갭투자를 의미한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갭투자 비율이 여전히 높았다. 지난해 9월 18.3%였던 강남 4구의 갭투자 비율은 올 1월 50.0%에 이어 2월 44.9%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강동구 K공인 관계자는 “전셋값이 오르자 지난해 말부터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투자자가 몰렸다”며 “최근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한 것도 이런 갭투자 매물이 적체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와 인천의 갭투자 비율도 증가세다. 경기지역 갭투자 비율은 지난해 9월 9.7%에서 올 2월 28.6%로 18.9%포인트 상승했다. 인천도 같은 기간 6.4%에서 31.4%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아파트값이 급등한 대전과 세종시에서도 전세를 낀 매매가 활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과 세종시의 갭투자 비율은 각각 12.6%에서 25.2%, 16.4%에서 58.8%로 급등했다.

일반적으로 갭투자는 전셋값이 오를 때 늘어난다. 전셋값이 뛰면 그만큼 매매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선 전셋값이 89주 연속 상승해 2~3개월 만에 전세보증금이 수천만원 오른 단지도 있었다.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크게 오른 전셋값이 아파트값을 밀어올린 셈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줄어들던 갭투자를 임대차보호법이 살린 격”이라며 “지난해 말 갭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서울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어 갭투자 증가 추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지난달 56.17%(KB부동산 주택가격 동향)로 전달(56.26%)에 비해 0.0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7월 말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처음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