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욱 현대건설 마케팅분양실장/사진=현대건설
조현욱 현대건설 마케팅분양실장/사진=현대건설
“상품이 안 팔린다구요? 고객을 몰라서 그렇습니다.”

조현욱 현대건설 마케팅분양실장은 “마케팅의 기본은 고객을 정확히 아는 것이란 말이 정말 진리”라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건설업계 17년을 비롯해 총 25년간 마케터로 경력을 쌓았다.

그는 “마케터로 일하면서 ‘고객의 니즈가 다르면 상품이 달라야 하고 상품이 다르면 브랜드가 달라야 한다’는 원칙을 터득했다”며 “전혀 다른 고객에게 같은 상품을 팔려고 하면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행동경제학의 ‘제한된 합리성’이란 말처럼 소비자는 합리적이지 않다”며 “그래서 소비자를 제대로 알기가 어렵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마케터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지금도 언제나 고객을 만나기 전엔 ‘어떤 고객일까’라는 생각에 가슴이 뛴다”며 “새로 만나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게 마케터 업무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Q: 마케터로서 최고의 성과는
A: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일이다. 2014년 현대건설에 조인했다. 당시 ‘힐스테이트’가 아파트 브랜드 순위 6~7위였다. 얼마 뒤 3위까지 올라가긴 했지만 거기서 정체됐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존 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우려가 많았다. 대림산업에서 ‘e편한세상’과 ‘아크로’를 문제없이 운영했던 경험을 강조하면서 잘 관리하면 기존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다행히 디에이치와 힐스테이트가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보다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Q: 디에이치 성공의 비결은
A: ‘고객의 니즈가 다르면 상품이 달라야 하고 상품이 다르면 브랜드가 달라야 한다’는 원칙이 디에이치를 성공시켰다.

강남 아파트 고객의 니즈는 ‘희소성’으로 요약된다.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가 그 니즈를 충족시킨 것이다. 현대건설은 5명의 본부장이 모인 브랜드위원회가 7가지 기준을 따져 디에이치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그만큼 희소성을 엄격하게 유지한다는 얘기다. 기존 힐스테이트를 디에이치로 바꾸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까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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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파트 마케팅에서 중요한 점은
A: 마케팅할 때 경쟁사와 비교해서 자사가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돈과 시간을 쓰기 보다는 자사가 잘 하는 점을 셀링포인트로 만드는 게 좋다.

어차피 모든 걸 잘 할 수는 없다. 부족한 점 채우려면 끝이 없다. 남이 안 하는, 못 하는 걸 함으로써 차별화해야 한다.

현대건설은 단지별 셀링포인트로 차별화를 강조해왔다. 서울 개포의 한 단지는 강남 도심 최초로 슬라브 두께 230㎜를 적용해 층간소음을 극소화했다. ‘디에이치 포레센트(옛 일원대우아파트)’는 도심 속 프리미엄 힐링리조트를 구현하기 위해 옥상에 영화관, 글램핑장 등을 만들었다.

부산의 한 단지는 야구팬이 많은 점을 감안해 단지 내 스크린야구장을 최초로 마련했다. 춘천의 한 단지는 겨울철 눈이 많이 와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그래서 단지 앞에 열선을 깔았다. 울산의 아파트엔 오토바이로 출퇴근하는 입주민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오토바이 주차장을 만들었다.

Q: 요즘은 아파트가 잘 팔리는 상황인데
A: 그래서 마케팅이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들린다. 그런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마케팅이 ‘얼마짜리 상품이다’라는 가치를 만든다면 브랜드는 그 상품이 값을 더 받을 수 있게 가치를 높인다.

그래서 브랜드가 중요하다. 마케터는 기업의 목표인 장기적 성장을 위해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소비자들은 구매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위해 브랜드를 원한다.

Q: 마케팅분양실의 강점은
A: 마케팅분양실엔 브랜드마케팅팀과 주택분양팀이 있다. 브랜드마케팅팀은 브래드 마케팅, 신상품 마케팅, 사업지 마케팅, 힐스테이트 갤러리 등을 맡는다. 주택분양팀은 분양기획과 분양영업이 담당 업무다.

주택분양팀은 고객 접점에서 망설이는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 실행을 하는 조직이다. 스포츠로 치면 주택분양팀이 ‘골잡이’고, 브랜드마케팅팀이 ‘어시스트’다. 골잡이와 어시스트가 함께 있어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 Interviewer 한 마디
“마케터라면 요즘 뜨는 게 뭔지에 관심을 갖는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그런 관심을 통해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어야 합니다.”

조현욱 실장은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관심으로 끝나선 안 되고 인사이트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사이트를 실행할 전략적 사고, 즉 빅픽처를 만들어야 하고 실행 단계에선 오너십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요약하면 ‘트렌드에 대한 관심→인사이트→실행을 위한 빅픽처→오너십을 가진 실행’이다.

마케팅 25년 경력만큼 ‘실력있는’ 마케터에 대한 기대수준이 상당히 높다. 조 실장은 소비재 회사로만 마케터들이 몰리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건설이나 금융이 마케터에겐 블루오션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실력있는’ 마케터들이 건설과 금융에서 더 많이 활약하기를 기대해본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