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건물을 짓거나 리모델링할 때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집 한번 잘못 지으면 10년 늙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경 쓰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상가건물을 지을 때 흔히 건축 그 자체만 강조한다. 지역에서 가장 멋지고 높게 지으려는 생각이 앞선다. 정작 중요한 입점 수요와 관련 입지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상가 건물 지을 때 주의할 점
보통 작은 상가건물을 개발할 때 ‘최대한 넓게, 높게’ 지으려고 한다. 갈수록 건축비는 비싸지고 소매점 경기는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e커머스 시장에 코로나19가 기름을 붓고 있다. 오프라인 소매상권에 대한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주어진 법정 한도를 다 채워 고층 건물을 지으면 위층도 바라는 만큼 높은 금액에 임대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상가 건물을 지을 때 위층에 임대가 잘 되는 곳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차이를 한번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 미분양과 공실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가건물의 1층은 편의점, 화장품점, 부동산중개업소, 제과점, 약국 등 다양한 업종이 입점한다. 일상생활에 자주 활용되는 물건을 판매하거나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야 하는 업종이 대부분이다. 반면 상층부는 은행, 병원, 학원, 체육시설, 유흥시설 등이 주로 문을 연다. 이들 이외 업종은 만족할 만한 임대료를 내기 힘들다. 그런데 병원, 학원, 체육시설 등은 잘되는 상권과 그렇지 않은 상권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대전 중구 유천동 주변 지도(그림)를 보자. 파란색 점선으로 표시한 구역에는 초등학교가 없다. 그렇다면 저 구역에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 적을 가능성이 높다. 입시학원이나 태권도장 같은 시설에 대한 수요가 확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어린 자녀가 없으니 병원도 잘 가지 않게 된다. 노인 인구 비중이 높으니 체육시설과 같은 수요도 없다. 여러모로 고층에 자리하는 업종이 입점할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에서 허용하는 최대 용적률을 활용해 건물을 지으면 어떻게 될까. 건물주는 신축 건물이니 제법 높은 임대료를 받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서울처럼 사무실 수요가 많은 곳이 아니라면 상층부로 올라갈 임대 수요가 많지 않다. 특히 상가건물의 경우 연면적이 늘어나 법에서 요구하는 주차장 면적이 증가해 지하 주차장을 개설하게 될 수도 있다. 지하에 주차장을 만드는 비용은 같은 면적의 상가를 지상에 짓는 것의 거의 2배에 달한다.

상가 건물 지을 때 주의할 점
건축하려는 사람은 대개 건폐율(토지 면적 대비 바닥면적 비율)과 용적률(토지 면적 대비 건축 바닥면적 합의 비율)을 법정 한도까지 다 찾고 싶어 한다. 그러나 초등학교 등 교육시설이 없는 곳에서 최대 용적률을 활용하는 건 완공 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건축비는 비용대로 들고 임대는 임대대로 되지 않아 그야말로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상가 건물 한번 잘못 지으면 20년 늙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