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 본 도심 아파트 일대/사진=뉴스1
서울 중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 본 도심 아파트 일대/사진=뉴스1
지난해 매매된 것으로 신고됐다가 갑작스레 취소된 서울아파트 2건 중 1건은 당시 역대 최고가(신고가) 거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전국적으로도 취소된 3건 중 1건이 최고가였던 것으로 나타나, 전국적으로 아파트값 띄우기가 진행됐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등재된 85만5247건의 아파트 매매를 전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중 3만7965건(4.4%)은 이후 등록이 취소됐다.

취소건수 중 31.9%인 1만1932건은 당시 최고가로 등록된 사례였다. 매매 후 취소되는 경우는 중복 등록, 착오, 특수한 상황에서의 불가피한 거래 등이 있으나, 실거래가 띄우기와 시세 조작을 위한 허위 거래일 가능성도 있다.

서울에서는 취소된 거래의 절반(50.7%)이 당시 최고가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광진·서초구(66.7%), 마포구(63.1%), 강남구(63.0%)에서는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진구 자양동 광진하우스토리한강 전용 141.54㎡는 지난해 8월 18일 17억6000만원(14층)에 매매 계약서를 작성했. 이는 같은 해 6월 말 같은 면적이 14억9800만원(9층)에 팔린 것보다 2억6200만원 높은 역대 최고가였다.

이후 이 면적은 작년 12월 29일 17억8000만원(8층)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다만 지난해 8월 계약된 이 거래는 5개월여만인 올해 1월25일께 돌연 취소됐다.

울산에서도 취소된 거래의 52.5%가 최고가로 기록된 경우였다. 울산 울주군 두동면 화목팰리스는 지난해 3월3일에 매매 등록된 16건 중 11건이 최고가로 신고됐는데, 같은 달 25일 16건이 일괄 취소됐다. 이후 진행된 18건의 거래도 15건이 신고가로 등재됐다.

울산 동구 화정동 엠코타운이스턴베이는 지난해 거래 취소 건수가 19건으로, 이 가운데 5건이 당시 신고가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단지 전용면적 101.9441㎡는 작년 9월2일께 4억6000만원(16층)에 매매돼 당시 신고가를 갈아치웠으나 이 거래는 3개월 뒤인 12월2일 돌연 취소됐다. 이후 이 면적은 같은 달 12일 5억9000만원(19층)까지 매매가가 뛰었다.

이 외에도 조직적으로 아파트 시세를 조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사례가 전국에서 나타났다. 인천(46.3%)과 제주(42.1%), 세종(36.6%), 전남(33.5%), 대구(32.5%) 등도 취소된 거래중 최고가 비율이 높았다.

천 의원 측은 "일부 투기 세력이 아파트값을 띄우기 위해 조직적으로 허위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토교통부 차원의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수사 의뢰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과는 달리, 포털사이트의 부동산 페이지와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에는 취소 여부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많은 국민이 취소된 거래를 실거래가로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 국토부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토부는 이달 초부터 시세 조작을 위한 허위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거래가 취소될 경우 해제 일자를 공개하도록 한 바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