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와 거리 먼 법원경매 현장…비좁은 법정에 수십명 '다닥다닥'
법원 경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현장입찰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19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 입찰법정에서 지난 15일 열린 경매에는 100여 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과 설 연휴 동안 기일을 연기한 경매가 한꺼번에 이뤄지면서 응찰자가 몰린 것이다.

이날 경매가 3시간가량 열리는 동안 응찰자들은 좁은 법정 안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자신의 사건 순서를 기다렸다. 개찰이 진행될 땐 사건별 응찰자들이 단상 앞에 모이면서 혼란스럽게 뒤섞이기도 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경매 참가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법원이 현장입찰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 경매는 전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응찰자가 현장에서 직접 입찰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개찰과 낙찰자 선정도 일일이 사람 손으로 분류한 뒤 이뤄진다. 수도권에서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이뤄지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도 높게 시행되고 있는 상황과 배치된다.

현장입찰은 특정 일시에 반드시 현장을 방문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예컨대 제주에 사는 사람이 서울로 이동해 응찰해야 하는 불편이 발생하는 것이다. 패찰할 경우 은행 창구에서 수표로 인출한 보증금을 도로 입금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전자입찰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법원은 난색이다. 입찰 방식의 편의성만으로 도입 근거를 마련하긴 힘들다는 논리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매수 기회가 부여돼야 하는데 전자입찰은 정보 소외계층의 입찰이 제한된다”며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력을 구성해야 하는 비용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매업계에선 수요자들의 편의를 개선하면서 코로나19 감염 위험까지 낮출 수 있는데도 관련 인력들의 일거리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자입찰 도입에 회의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집행하는 공매는 2004년부터 전자입찰을 전면 도입해 정착시켰다”며 “법원이 미온적인 대처를 하는 동안 수요자들의 불편과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