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부터 수도권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의무거주기간이 부여된다. 사실상 전월세가 안되는 '전월세 금지법'이 시행된다.  / 사진=연합뉴스
오는 19일부터 수도권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의무거주기간이 부여된다. 사실상 전월세가 안되는 '전월세 금지법'이 시행된다. / 사진=연합뉴스
내일(19일)부터 시행되는 '전월세 금지법'과 관련 정부가 시장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부동산 커뮤니티를 비롯해 관련 단톡방에서는 "전세난이 가중될 것"이라며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6개월 전인 작년 8월 임대차 2법이 시행될 당시에도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셋값 폭등과 매물부족을 초래한 바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해 임대차 2법이 시행될 당시에도 "전세난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지속된 전세난에 고개를 숙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이라며 부동산 문제에 대해 첫 사과를 했다. 작년 11월에는 전월세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상승폭만 변화가 있을 뿐 전세값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신축 아파트 전월세 물량 급감 전망…"공급대책 효과 본격화"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앞으로 수도권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에 2~3년간의 거주의무기간을 부여된다. 분양을 받은 수분양자가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전월세 금지법'으로 불린다. 서울은 전역이 해당되고 수도권에서는 과천과 광명, 하남 일부 등이 해당된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19일부터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는 아파트부터 적용된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분양가가 인근 시세의 80% 미만은 3년, 80% 이상~100% 미만이면 2년 의무거주 기간이 부여된다. 공공택지의 경우 의무거주 기간은 시세 80% 미만은 5년, 80% 이상~100% 미만은 3년이다.
"새 아파트에 전세로 살 기회마저 빼앗겼다"…뿔난 서민들
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임대차법에 이번 개정안까지 합쳐 '전세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세난 시즌2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대차 시장은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 2법이 작년 7월말부터 시행된 후 전세매물 급감과 전셋값 급등 등이 나타났다. 세입자들이 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서 매입한 집주인이 들어가지 못하는 분쟁이 발생해, 이를 막겠다며 공인중개사법까지 개정했다.

이번 전월세금지법으로 신축 아파트에서 나오는 전세 물량이 급감하면서 전세난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대부분이다. 당장 입주하지 않고 전세보증금을 받아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는 방식이 막히면서 '흙수저 무주택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시장에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보도설명자료에서 "실거주자에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한다는 분양가 상한제의 제도적 취지를 감안할 때 거주의무 도입이 필요하다"며 "기존 무주택자가 거주하던 임대주택이 다시 시장에 공급되므로 전체 임대주택의 총량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작년 임대차법 이후…"전월세 시장, 공급 감소·가격 폭등 없을 것"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공급대책과도 시점이 맞물린다며 정책효과를 강조했다. 국토부는 "거주의무는 19일 이후 입주자 모집 신청분부터 적용돼 건설기간 고려 시 실제 입주시기는 2024~2025년이다"라며 "그 시점에는 이번 '2·4대책' 등 그간의 공급대책의 효과가 본격화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장기공공임대 재고도 약 240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측돼 장단기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봤다.

투기세력 때문이라는 분석도 놓치지 않았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는 무주택 세대에게 주변시세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일정기간 실거주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진정한 실수요자에게 우선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임대차 시장에 대한 전망을 내놨지만 빗나간 바 있다. 임대차법이 시행된 후인 작년 8월이다. 임대차법이 시행된 직후 정부는 "임차인의 주거권을 향상시키고 전월세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것은 아니고 △하반기 전세 수급전망은 양호하며 △4년 후 전세가격은 급등 가능성이 거의 없고 안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정부는 전세수급을 언급하면서 지난해 수도권 하반기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은 약 11만 가구로 2015~2019년의 9만4000호 대비 17% 많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하반기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이주수요도 약 1만5000가구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서루 또한 이주수요가 약 5000가구에 불과해 전세수급 상황이 이전보다 안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속 설명 자료를 통해서도 "임대차법 도입으로 인해 전월세 공급이 급감하거나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은 낮다"며 "4년 후 갱신계약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전세가격은 급등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향후 2년 간의 전월세 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전셋값 급등과 매물 부족, 집주인과 임차인간의 갈등으로 혼란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전세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며 11·19대책을 내놨다. 그러면서 전세난의 원인은 임대차법이 아니라 '저금리'와 '가구 분화'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전월세 금지법으로 전세난이 심해져도 정부는 다른 핑계를 댈 것"이라며 "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 사다리가 끊겨버린데다 새 집에 전세로라도 살 기회가 없어져 더욱 절망적이다"라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