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숲길이 정비되면서 지하철역에 공원까지 갖춘 효창공원 일대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 경의선숲길을 사이에 둔 효창파크푸르지오(오른쪽)와 도원삼성래미안(왼쪽).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경의선숲길이 정비되면서 지하철역에 공원까지 갖춘 효창공원 일대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 경의선숲길을 사이에 둔 효창파크푸르지오(오른쪽)와 도원삼성래미안(왼쪽).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서울 용산구 효창동 효창공원 일대 아파트 단지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경사가 심한 언덕길에 다세대 빌라들이 밀집해 주거환경 측면에서 인근 마포·공덕역 일대에 비해 저평가받아왔다. 하지만 2~3년 새 재개발로 새 아파트가 들어섰고, 20년 넘은 아파트도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주변 아파트 몸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업무시설이 밀집한 공덕·서울역·용산과 가까운 직주근접형 입지인 데다 지하철역도 가까워 주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 아파트와 경의선숲길 정비로 재평가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19년 준공된 효창동 용산롯데캐슬센터포레 전용 84㎡ 호가가 최고 2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신고가(16억7500만원) 계약 이후 거래가 뜸한 가운데 호가가 치솟고 있다. 효창동 S공인 관계자는 “지하철역과 공원이 가까운 데다 직주근접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라며 “용산에서 희소성 높은 새 아파트라 30~40대가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창공원 일대는 행정구역상으론 용산이지만 사실상 마포 생활권이다. 지하철 6호선·경의중앙선 환승역인 효창공원역, 지하철 5·6호선과 경의중앙선 환승역인 공덕역이 가깝다. 노후 빌라들만 가득했던 효창공원 일대가 정비돼 브라운스톤공덕(2009년 입주), 효창파크푸르지오(2010년 입주) 등이 들어섰다. 집값은 마포·공덕역 일대보다 낮았다. 공덕역에서 효창공원역 사이 백범로가 경사가 심해 거주하기 불편한 게 집값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2016년 철길이던 경의선숲길이 산책이 가능한 넓은 공원으로 정비되면서 주거가치가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2018년 이후 효창4구역과 5구역을 재개발한 용산KCC스위첸과 용산롯데캐슬센터포레가 속속 준공되면서 아파트 값도 서서히 상승세를 탔다. 용산KCC스위첸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16억5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찍었다. 효창파크푸르지오 전용 84㎡도 지난달 15억8000만원에 거래된 뒤 호가가 2억원가량 높아졌다. 효창동 K공인 관계자는 “용산KCC스위첸과 효창파크푸르지오, 용산롯데캐슬센터포레는 번갈아 신고가 경쟁을 하고 있다”며 “매물이 없어 거래는 적지만 호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빌라와 리모델링 단지도 ‘껑충’

효창동·용문동 일대 전용 59~80㎡ 빌라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이 일대에서 역세권 시프트(장기전세) 재개발을 추진하던 추진위원회는 지난해부터 공공재개발로 방향을 바꿔 주민의 동의를 받고 있다. 용문동 D공인 관계자는 “3~4년 전에는 3억원대였던 방 2개짜리 빌라들이 최근에는 5억~7억원대에 살 수 있다”며 “재개발이 가시화되지 않더라도 주거환경이 좋아 실거주 겸 장기 투자 목적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은 지 20년 넘은 도원동 삼성래미안 아파트는 리모델링 바람이 불면서 집값이 오르고 있다. 1485가구로 대단지이지만 2001년 8월 준공된 데다 단지가 경사져 선호도가 낮았다. 2018년 초만 해도 용산구에서 전용 84㎡를 7억원에 살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단지 아파트였다. 그러나 2019년부터 리모델링 정비업체와 손잡고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발족하면서 아파트 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13억원에 거래된 뒤 호가는 16억원까지 뛰었다. 최근에는 단지명을 ‘용산파크래미안’으로 바꾸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용산이라는 지명이 기존 이름보다 인지도와 선호도 측면에서 더 앞선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