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말부터 청약 당첨 후 계약 취소 등으로 나온 무순위 청약(일명 ‘줍줍’)에 자격 요건이 생긴다. 그동안 별다른 자격 제한이 없어 수십만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과열 양상이 상당히 진정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무순위 청약 신청 자격을 ‘해당 주택 건설지역의 무주택 가구 구성원인 성년자’로 바꾸는 내용 등이 담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지난달 22일 입법예고했다. 이후 관계기관 협의 및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3월 말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무순위 청약은 아파트 분양 후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 당첨자가 발생했을 경우 나오는 물량을 무작위 추첨을 통해 공급하는 제도다. 가점 경쟁이 치열한 일반공급이나 자격 요건이 까다로운 특별공급과 달리 누구나 운이 좋으면 당첨을 노려볼 수 있어 인기가 높았다.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지난해엔 1~2가구밖에 모집하지 않는 무순위 청약에 수십만 명이 달려드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지난해 5월 서울 성동구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미계약분 3가구 무순위 청약에 총 26만4625명이 몰렸다. 추첨 과정이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등 관심이 뜨거웠다. 지난해 11월 세종 나성동 ‘세종 리더스포레’ 무순위 청약 1가구 공급에는 무려 24만9000여 명이 신청했다. 이 주택은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이 다주택을 정리하기 위해 포기한 물량으로 알려졌다. 1998년생 여성이 당첨의 행운을 안았다.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생각에 자금 계획 등을 고려하지 않고 신청하다 보니 당첨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왔다. 지난해 말 서울 은평구 ‘DMC 파인시티 자이’는 전용 59㎡ 미계약분 1가구 무순위 청약에 29만8000여 명이 몰렸다. 약 30만 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뚫고 1991년생 김모씨가 당첨됐다. 하지만 김씨는 당첨 당일 오후까지 계약금을 마련하지 못해 당첨 기회를 놓쳤다.

기존에는 만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주택 소유와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무주택자로 제한된다. 거주 요건도 추가돼 해당 주택이 공급되는 시·군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만 무순위 청약에 도전할 수 있다.

재당첨 제한 규정도 생겼다.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공급되는 무순위 청약은 일반청약과 마찬가지로 재당첨이 제한된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재당첨 제한 기간은 10년, 조정대상지역은 7년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