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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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 도심 주택공급을 확충하기 위해 조합이 아닌 공공기관이 직접 사업 추진에 나선다. 새로운 유형의 정비사업 모델을 만들어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이 직접 시행할 경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합원 간 이견으로 인한 갈등, 토지주와의 보상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목표치를 달성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주도 3080' 공급방안을 4일 내놨다. 이번 2·4 공급대책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다. 이를 통해 5년간 서울 총 9만3000가구, 경기·인천 2만1000가구, 지방 광역시 2만2000가구 등 총 13만6000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가 설정됐다. 기존 재개발이나 재건축은 조합 설립을 기존 전제로 추진되지만 이 사업은 아예 공공기관이 주민동의를 얻어 직접 시행하는 사업이다.

기존 정비조합이 있는 곳에선 조합원 과반수의 요청으로 공기업의 정비사업 시행이 시작된다. 조합이 없는 지역에선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로 신청하고 1년 내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된다.

사업이 추진되면 조합총회나 관리처분인가 절차가 생략되고 지자체 통합심의 등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기존 13년 이상 걸렸던 정비사업이 5년 이내로 끝날 수 있다. 용적률은 1단계 종상향을 해주거나 법적상한 용적률의 120%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해 준다.

입지여건 상 종상향이나 법적상한 용적률을 적용하기 곤란한 경우 종전 세대수의 1.5배 이상을 보장해주고 필요시 층수제한도 완화해준다. 층수제한 완화를 위해 서울시는 올 하반기까지 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할 예정이다. 기부채납 비율은 재건축은 9%, 재개발은 15% 내로 정해졌다.

공공이 직접 사업을 시행함에 따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이 면제돼 사업성이 대폭 개선된다. 조합이 해산되니 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 의무도 생기지 않는다. 특별건축구역 의제 적용을 받아 일조권이나 동간간격 등 도시규제가 완화된다. 조합원에게는 기존 정비사업 대비 10~30%포인트의 추가 수익을 보장하는 선에서 조합원 분양가가 산정된다. 또 정비사업 과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현물로 선납하고 이후 정산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이 경우 양도소득세도 면제된다. 이렇게 되면 소유권 이전으로 모든 사업 리스크를 공기업이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시공사 선정은 주민들이 하게 된다.

투기수요 유입을 막기 위해 공기업 단독시행 신청 시 해당 구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 이날 이후 조합원 지위 양수 등 정비구역 내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아파트 우선공급권이 부여되지 않는다. 사업으로 공급되는 주택은 공공분양은 70~80%, 공공임대·공공자가주택은 20~30%의 비율로 공급된다.

개발 사업으로 확보하는 주택을 분양 아파트 위주로 공급한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토지주가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소규모 정비사업도 활성화된다. 이를 통해 서울에 6만2000가구 등 전국에 총 11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내 5000㎡ 미만 지역에선 소규모 재개발 사업이 신설된다. 토지주들이 지역 여건에 따라 사업시행구역 경계를 정해 지자체에 신청하면 된다. 이때 토지주 4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소규모 재개발은 5분의 4 이상의 동의를 얻은 후 사업계획승인을 받으면 사업에 불참하는 주민에 대한 토지 수용권을 부여받는다.

역세권은 용도지역을 준주거로 상향하면 용적률 700%까지 올릴 수 있으며, 용적률 상승분의 절반을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고 지자체는 이를 공공자가, 임대주택 및 공공상가로 사용하게 된다. 저층주거지에는 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이 신설된다. 신축·노후주택이 혼재돼 광역적 개발이 곤란한 저층 주거지로서 노후주택만 소규모로 정비할 필요가 있는 지역에서 지정된다. 이곳에선 지구단위계획이나 활성화 계획 수립·변경 등이 의제 적용돼 신속한 정비가 가능해진다.
공공에게 사업시행 전권을 줄 경우 다양한 혜택을 주겠다는 제안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혜택에 대해선 긍정적이지만 공공 주도로 할 경우 아파트 단지 경쟁력이 약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사유재산침해 논란도 있다. 사업을 원하지 않는 토지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