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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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작년에 입주한 A아파트에서는 단지 내 상가에 입주한 한 슈퍼를 두고 불매운동과 민원전이 펼쳐졌다. 슈퍼의 경우 식당이나 카페처럼 외관이 우수하지 않은 편이다. 아파트 경관 훼손을 이유로 슈퍼 입점을 못마땅하게 여긴 주민들이 많았다. 이 단지 입주민 김모 씨(52)는 “슈퍼가 아파트 정문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도로변에 위치해있어 아파트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슈퍼가 들어서는 바람에 정문이 재래식 시장 느낌이 되어버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신축 아파트 입주민들이 상가에 입주하는 점포를 두고 업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통상 아파트 상가는 단지에 들어서기 전 입구에 위치해 있어 외부인들에게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외관 디자인이 세련되지 못한 업종이 입주할 경우 단지 전체가 서민 아파트로 보일 수도 있어서 집값에 영향을 끼친다는 게 이유다.

3일 상일동 A아파트 입주민 카페에는 단지 내 정문 상가에 위치한 슈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글이 여러건 올라와 있다. 주민들은 ‘아파트 경관을 망치는 옥의 티다’, ‘장사가 안돼 스스로 나갈 수 있도록 물건을 팔아주지 말자’ 등을 주장하며 SNS 등을 통해 주민들가의 반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상가에서 슈퍼가 장사를 하는 것을 두고 보행로 물품 적재 등을 이유로 구청에 수십 건의 민원을 넣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 간 불매운동도 일어나는 중이다. 이 단지에서 상가를 주로 중개하는 I공인 대표는 “맞은편에 새로 들어선 단지에는 스타벅스가 입점해 외관이 우수한데 상대적으로 슈퍼는 그렇지 못하다는 불만이 많다”며 “입주민들이 중개업소를 통해 입주 업종을 가려 받으라는 불만을 여러건 제기했다”고 전했다.
최근 신축 아파트 입주민들이 상가에 입주하는 점포를 두고 업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신축 아파트 입주민들이 상가에 입주하는 점포를 두고 업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가에 입주하는 업종에 목소리를 내는 사례는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분양 계약자들은 입주자협의회를 구성해 아파트와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마곡동 H단지에서도 단지 내 상가에 입점하는 점포의 업종에 대해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입주민 대표를 중심으로 상가 주변 중개업소들에 슈퍼, 치킨집 등 외식 업종을 중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 단지 인근에 위치한 G공인 관계자는 “기피 업종이 업종이 상가에 들어올 경우 이를 중개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대해 주민들이 대대적으로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얘기하니 몸을 사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 J단지에서는 전자담배 매장이 단지 안 상가에 입점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청에 민원이 대량으로 쏟아졌다. 부산 서구에서는 한 주상복합 아파트 입주민들이 상가에 노인여가복지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두고 구청에 수십 건의 민원을 넣는 등 강력히 반발하는 사례가 있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유독 우리나라에선 주거지를 '공동체'보다 '재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특히 "집값이 비싼 지역에서 주변 환경에 민감해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전통적인 혐오시설뿐 아니라 상업시설도 가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