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4구 아파트값 4주간 0.46%↑…송파구 등 재건축 단지가 견인
'실거주 2년' 규제 피하려 강남권 재건축 단지 사업 추진에 '속도'
규제완화 기대·조합설립 잰걸음에…불붙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연초부터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정부의 다중 규제로 거래는 많지 않지만, 집주인들이 매물을 들이면서 단지마다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재건축 시장을 자극한다.

여기에 '2년 실거주' 의무를 피하고자 재건축 사업을 서두르는 단지들이 늘어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며 집값을 더 끌어올리고 있다.

◇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집값 상승 견인…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도
31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4주간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송파구(0.60%)로 집계됐다.

송파구는 새해 들어 4주 연속 아파트값 상승률 1위를 이어갔다.

송파구가 속한 '강남4구'(동남권)는 4주간 0.46% 올라 서울 5개 권역(도심·동북·서북·서남·동남)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강남4구 아파트값 상승은 재건축 단지가 주도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값은 0.28% 올라 재작년 12월 넷째 주(0.29%) 이후 최고로 올랐다.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는 0.77% 올라 재작년 12월 셋째 주(0.82%)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61㎡는 이달 7일 24억6천600만원(9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는데, 이틀 뒤 24억8천100만원(15층·9층)에 2건이 다시 신고가에 계약됐다.

현재 해당 평형은 인터넷 포털 부동산 정보에 가장 저렴한 물건이 25억에 올라와 있고, 최고 호가는 27억원에 달한다.

규제완화 기대·조합설립 잰걸음에…불붙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이 단지는 매수자 문의는 있지만, 집주인들이 매물을 들이는 분위기다.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가격이 내려가지 않아 성사되면 신고가라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잠실동 A 공인 대표는 "이제 강북 아파트값도 15억원이 넘는다는 뉴스가 나오니 여기 집주인들은 지금 집값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금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물건 찾는 전화가 계속 걸려오니 지금 팔면 손해라는 생각이 집주인들에게 퍼져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재건축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송파구 신천동 장미1·2차 역시 매물이 없고 집값이 크게 뛰었다.

이 아파트 71.2㎡의 경우 이달 9일 18억1천만원(11층)에 매매돼 작년 8월 17억5천만원(7층) 신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장미2차 99㎡는 지난 14일 21억2천만원(3층)에 계약서를 써 지난달 1일 세웠던 20억6천만원(14층) 신고가 기록을 넘어섰다.

신천동 B 공인 관계자는 "작년 조합 설립 인가 뒤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매물이 귀해졌고, 집값이 1년 사이 3억원씩 뛰었다"고 말했다.

준공 33년을 맞아 재건축을 추진 중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1단지 역시 83.06㎡가 이달 9일 20억3천만원(13층)에 신고가로 거래되며 지난달 12일 19억원(19층) 신고가 거래 후 한 달 만에 1억3천만원이 올랐다.

같은 아파트 2단지 83.06㎡도 이달 6일 20억5천만원(1층)에 매매 계약서를 쓰며 지난달 14일 19억500만원(7층)에 신고가 거래 이후 1억4천500만원 올랐다.

규제완화 기대·조합설립 잰걸음에…불붙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4월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재건축 아파트값을 지탱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경선에 나선 후보들이 부동산 정책에 집중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양천구 목동 K 공인 대표는 "누가 시장이 될지, 또 시장이 되더라도 실제로 재건축 규제를 얼마나 풀어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분위기는 어쨌든 그동안 묶였던 게 풀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 '실거주 2년' 규제 피하려 조합설립 '잰걸음'…사업 추진 기대감↑
지난해 서울 재건축 시장을 겨냥해 강화한 '조합원 실거주 2년 의무' 규제를 피해 사업에 속도를 내는 단지에서도 집값이 덩달아 뛰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최근까지 강남구 개포동 주공 5·6·7단지를 비롯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방배동 신동아, 송파구 송파동 한양2차, 강동구 길동 삼익파크맨숀,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 양천구 신정동 수정아파트 등이 관할 구청으로부터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작년 6·17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원이 2년 실거주를 해야 새 아파트 입주권을 주기로 하면서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앞다퉈 조합 설립에 나섰다.

개포주공6·7단지는 6·17대책 직후인 작년 7월 추진위원장을 선출한 뒤 같은 해 11월 조합창립총회 개최, 지난 22일 조합설립인가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개포주공 5단지도 지난달 1일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규제완화 기대·조합설립 잰걸음에…불붙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개포주공 5단지 53.98㎡ 작년 11월 1일 18억원(1층), 7일 19억원(7층)에 이어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뒤인 같은 해 12월 23일 20억원(3층)에 신고가로 거래되며 처음 20억원을 넘겼다.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 17년간 조합이 만들어지지 못했던 신반포2차도 지난해 11월 16일 조합 설립을 인가받았다.

신반포2차 전용 137.66㎡의 경우 작년 12월 11일 35억7천만원(11층)에 매매되며 역대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시장에서 향후 10년은 조합 설립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던 강남구 압구정동 주요 단지들도 조합 설립에 다가서고 있다.

압구정4구역(현대8차·한양 3·4·6차)과 5구역(한양 1·2차)은 지난해 12월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했고, 압구정 1구역(미성1·2차)과 2구역(현대 9·11·12차), 3구역(현대 1∼7·10·13·14차·대림빌라트)은 조합 설립 동의율(75%)을 넘겨 총회를 준비 중이다.

압구정동 한양1차 78.05㎡의 경우 이달 12일 25억9천만원(3층)에 매매가 성사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고, 압구정 현대8차 163.67㎡는 같은날 37억원(2층)에 팔려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애초 정부는 작년 12월 법령 개정 전까지 조합 설립을 신청하는 단지들에만 실거주 2년 의무 규제 예외를 적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개정안이 작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현재도 계류 중이어서 예외 규정 적용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정부의 규제 속에서도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서울의 재건축 사업 추진 기대감과 가격 상승은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