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집은 무엇일까" '인터뷰 집'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를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죄악은 아니겠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하는 절대선도 아닐 겁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나이, 직업, 학력, 지역 등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고 싶은 분, 내 주변에 사람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직접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박지연 커밍비 대표
박지연 커밍비 대표
박지연 커밍비 대표는 부모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자녀 양육법 보다는 부모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 목표다. 그는 사교육을 위해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보다 부모 스스로 단단해지는 것이 자녀 교육에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에게 집은 가족과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돈을 버는 투자 대상으로 바라본 적도 없다. 지역도 서울보다는 경기도를 선호한다. 같은 가격으로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자연을 느끼고 사계절을 볼 수 있는 집이 좋다"라며 "자연에 있을 때 머리 속이 환해지고 시원해 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이 사교육보다 부모 교육이 시급

15일 만난 박 대표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 이사까지 생각하는 부모들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 역시 아이가 있지만 사교육을 위해 이사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는 아이를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하기 전에 부모 스스로 배우는 것에 신경을 써야한다고 조언했다.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 성적, 인성 등 아이를 중심에 두고 고민하는데 사실은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부모가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단 뜻이다. 그는 "아이가 만나는 첫번째 어른은 부모"라며 "부모가 단단해야 아이들이 제대로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청소년 교육 관련 사업을 준비하면서 부모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막상 청소년 교육을 하려다 보니 부모가 더 문제였다"며 "아이들은 주체적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학교도 달라지는데 부모만 제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부모들이 자신에게 돈 쓰는걸 아까워하는 것도 안타깝다고 했다. 박 대표는 "아이들 사교육에는 크게 고민하지 않지만 자기는 책 한권을 사면서도 아까워한다"며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한 만큼 자신을 좀 더 돌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사교육의 효용성이 떨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공부를 잘하고 명문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잡는 것이 밀레니얼 세대까지는 가능했지만 앞으로도 그럴지 모르겠다"며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집으로 돈 버는 재주가 없어

그는 2008년 결혼을 하며 집을 샀다. 30대 후반, 부부가 모두 나이가 찬 후 한 결혼이라 가능했다. 하지만 돈은 벌지 못했다. 그의 집은 경기 성남에 오래된 아파트다. 동수도 6개에 불과한 작은 단지다. 집 값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분당에 집을 샀다면 수익이 꽤 났을 것이란 말에 "그런 쪽으로는 생각을 못해봤다"며 웃였다.

"남편 회사가 성남이고, 제 회사는 부천이었어요. 그때가 입사 2년차였는데 회사를 오래다니지 않을 거란 생각에 집을 성남으로 결정했죠. 어떤 집을 살지 크게 고민하진 않았어요."

그 이후로도 집을 통해 돈을 벌 생각은 못해봤다. 그는 "능력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돈을 벌기 위해선 열심히 공부도 하고, 발품도 팔고, 투자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해야하는데 그런 데 소질이 없다는 말이었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 집에서는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은 들진 않는다"며 "아무나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금 집에 만족한다고도 했다. 박 대표는 "집 근처에 산이 있어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다"며 "지하철역도 가깝고 크게 불편할 게 없다"고 말했다.

서울은 일터, 집은 경기도가 좋아

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이 사는 사람이라고 했다. 다른 모든 것이 만족스러워도 사람이 좋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밖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건 전업주부건 집이란 몸 편히 따뜻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고, 같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며 "그게 없으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주변 환경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는 서울보다는 경기도가 좋다고 했다. 서울은 공간의 여유가 적어 밀도가 높고,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방으로 갈 자신은 없다. 도시 속에서 사는 삶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 중간의 타협점이 경기도인 셈이다.

박 대표는 "서울은 일하긴 좋지만 공기, 공간, 여유로움 등 주거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떨어진다"며 "동일한 비용으로 조금 더 좋은 삶의 질, 공간의 여유, 공기 등을 즐길 수 있는 경기도가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아주 넓은 집에 살고 싶은 것도 아니다. 30~40평 정도에 본인의 공부방이 있는 집이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기본적인 것만 갖춰지면 되고 화장실도 하나면 충분하다"며 "너무 넓으면 청소하기만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전원주택에 살거나 집을 예쁘게 꾸미고 싶은 욕심도 없다. 그는 "부지런한 사람도 아니고, 집을 꾸미고 가꾸는데서 즐거움을 찾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집에 꼭 갖추고 싶은 구성품은 함께사는 사람, 공부방, 침실이다. 함께 사는 사람은 남편과 아이 등 가족이다. 독립된 객체로 인정하고 싶다는 뜻에서 가족 대신 사람으로 지칭한다고 했다. 그는 "함께 살면서 많은 것을 공유하지만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경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직 아이가 어리지만 클수록 부모와의 경계를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집은 쉼의 공간. 하지만 해도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 때문에 여성들은 집에서 온전히 쉬기 어렵다고 했다. 이 때문에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부방을 갖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여성들에게 가사 노동이 치중됩니다. 아이가 생기면 더욱 미룰 수 없는 일들이 생기고요. 생각과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장소가 필요합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