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떠나는 김현미 장관 "집 걱정 덜어드리지 못해 송구"
“여러분께 미완의 과제를 남기고 떠납니다. 특히 집 걱정을 덜어드리겠다는 약속을 매듭짓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무척 마음이 무겁고 송구합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8일 이임사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과 관련해 “31년 만에 임차인의 거주권을 2년에서 4년으로 보장하는 임대차 3법이 통과된 만큼, 머지 않아 우리 국민들의 주거안정은 꼭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이 같이 밝혔다.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으로 1285일 동안 근무한 김 장관은 24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도 집값 폭등, 전세난 심화라는 성적표를 받고 퇴장하게 됐다.

김 장관은 이임사에서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품질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장기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인 확대로 올해 우리나라 재고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8%에 진입하는 등 취약 계층의 주거 안정이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이) 2022년에는 200만 가구, 2025년에는 240만가구로 무주택 800만 가구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충분한 면적과 품격을 갖춘 누구나 살고 싶은 평생주택을 꼭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택 정책 이외의 성과들도 언급했다. △화물차 안전운임제 도입 △장기미집행공원 부지 보존 △미군기지 반환에 따른 용산공원 조성 △건설업 간 칸막이식 업역 규제 혁파 △택시 완전월급제 실현 △모빌리티 혁신법 마련 등이 대표적이다.

김 장관은 “건설업계 칸막이식 업역 혁파를 45년만에, 택시 완전 월급제는 30년만에 실현됐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58년만에 모빌리티 혁신법으로 다시 태어났다”며 “ 적어도 당면한 과제를 미루거나 회피하지 않았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2017년 6월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토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취임 직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담은 ‘8·2 대책’을 내놓는 등 ‘투기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올 하반기에는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상한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을 도입한 데 이어 2022년까지 전국에 11만 4000가구의 공공임대를 공급하는 11·19대책까지 꺼내들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등 부동산 시장 불안정만 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