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월세' 시장 재편 가속화

서울 반전세 비중 25% 달해
10월 12.2%에서 한달 새 두배
월세 상승률도 역대 최고 기록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반전세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성동구 아파트 단지들.  연합뉴스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반전세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성동구 아파트 단지들.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반전세’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반전세는 일정액의 보증금을 주고 월세도 내는 계약이다. 월세 상승률도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월세로 세금을 충당하려는 집주인이 늘고 있는 영향이다. 지난 7월 말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집주인들은 전세 주기를 꺼리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금은 반전세가 우선 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임대차 시장이 월세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 임대 네 곳 중 한 곳 ‘반전세’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부동산 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총 7930건 중 반전세가 1945건으로 전체의 24.5%를 차지했다. 전달인 10월 12.2%에 비해 반전세 비중이 두 배가량으로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 반전세 비중은 올 들어 매월 10%대 초반을 유지해왔다.

'2년치 세금' 계산해 그만큼 '월세' 받으면 된다는 집주인들

반전세 비중이 급증한 데는 종부세 인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국세청이 고지한 올해 종부세 부과 대상은 74만4000명으로, 지난해(59만5000명)보다 약 25% 증가했다. 고지세액도 3조3471억원에서 4조2687억원으로 9216억원(27.5%) 늘었다. 부과 대상과 세액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공시가격 현실화(시세 반영률 상향)로 내년, 후년으로 갈수록 세금이 더 오르는 구조다. 예컨대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 보유자는 종부세가 지난해 191만1000원에서 올해 349만7000원으로 올랐다. 2년 뒤에는 1010만7000원으로 1000만원을 넘기게 된다. 이승현 진진세무회계법인 대표는 “은퇴 등으로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다주택자들이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기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도 종부세 대응 방안과 관련한 집주인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기존 전세 세입자에게 반전세로 전환해주지 않으면 실거주하겠다고 통보한다거나, 향후 재산세 및 종부세 2~4년치를 계산해 그만큼 월세를 받으면 된다는 내용 등이 공유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는 지난달 이뤄진 44건의 임대차 거래 중 절반(22건)이 월세 또는 반전세로 신고됐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전세보증금 8억원에도 계약이 이뤄졌으나, 1년 만인 지난달 같은 보증금에 추가로 월세 160만원을 내는 계약이 체결됐다.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할 것”
월세 상승률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KB부동산 리브온이 조사한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 증감률은 1.06%로, 앞서 201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실입주하지 않고 전세를 줄 만한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고가 월세 거래가 비강남권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동작구 본동 ‘유원강변’ 전용 84㎡는 지난달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00만원으로 계약서를 썼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2단지’ 전용 84㎡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400만원으로 계약이 이뤄졌다.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9단지(래미안)’ 전용 84㎡도 보증금 2억원에 월세가 200만원이다.

전문가들은 계약 형태가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면서 월세액도 빠르게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주택자가 줄고 집주인의 실입주가 증가하면서 임대로 나오는 물량 자체가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다주택자는 물론 전세를 끼고 집을 구입해 다른 집을 임차해 사는 ‘갭투자자’들도 전셋값 상승분을 월세로 돌려서 보유세를 충당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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