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비규제지역인 경기 파주와 고양 아파트 경매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감정가의 111%에 아파트가 낙찰된 고양 일산서구 두산위브더제니스.  한경DB
수도권 비규제지역인 경기 파주와 고양 아파트 경매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감정가의 111%에 아파트가 낙찰된 고양 일산서구 두산위브더제니스. 한경DB
정부가 ‘11·19 부동산 대책’을 통해 경기 김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자 인근 파주와 고양의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도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경매에 참여하는 응찰자 수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고, 응찰자가 없어 재경매되던 물건까지 감정가의 100%를 웃도는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 이미 파주, 고양 등지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기존 아파트를 사기가 힘들어지자 경매 시장까지 달아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주·고양 경매시장 ‘후끈’

김포 규제로 묶자…파주·고양 경매시장 '후끈'
1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수도권 비규제지역인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파주 아파트 경매 사상 가장 높은 경쟁률이 나왔다. 지난달 17일 진행된 파주 목동동 해솔마을1단지 두산위브 아파트 전용면적 125㎡의 입찰에 54명이 응찰했다.

이전 한 차례 유찰됐던 이 물건은 감정가(3억8500만원)의 70%인 2억6950만원에 경매를 시작했다. 응찰자가 몰리며 감정가의 130%인 5억60만원에 낙찰됐다.

역시 한 차례 유찰된 해솔마을2단지 월드메르디앙 전용 85㎡도 지난달 18일 두 번째 경매에서 30명이 입찰에 참여했다. 이 물건은 감정가의 124%인 2억9750만원에 낙찰됐다. 같은 평형 물건은 지난 10월 진행된 경매에서는 감정가(2억4800만원)의 90%인 2억2320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도 7명뿐이었다. 파주 아파트 경매시장은 올해 1~5월 평균 응찰자 수는 10명, 평균 낙찰가율은 88.1%였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부터 파주 아파트 경매시장의 낙찰가율이 감정가의 100%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달 24일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진행된 대화마을 전용 84㎡ 아파트 경매에도 22명이 참여했다. 이 매물은 감정가의 102.95%인 3억6033만원에 매각됐다. 같은 평형의 아파트가 지난 9월 감정가(3억8000만원)의 89%인 3억3810만원에 낙찰된 것과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박철호 경매아카데미 대표는 “수도권 서북부 핵심 주거지인 김포 집값이 뛰고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파주와 고양에서 아파트를 마련하려는 수요가 경매시장에 몰렸다”고 말했다.

6·17 대책 ‘학습 효과’

경매 업계에서는 ‘11·19 대책’으로 김포를 비롯해 부산 해운대·수영·동래·연제·남구, 대구 수성구 등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인접 지역의 경매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6·17 대책’ 당시 조정대상지역에서 빠졌던 김포, 부산 등의 아파트 경매 시장이 달아오른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김포 장기동 한강센트럴자이 전용 84㎡는 ‘11·19 대책’ 전인 지난달 진행된 경매에서 81명이 몰리며 김포 역대 최고 경쟁률을 갈아치웠다. 낙찰가격도 감정가(3억9100만원)의 156%인 6억1000만원에 달했다. 같은 평형이 지난 1월에는 한 차례 유찰 후 감정가보다 낮은 3억8100만원에 낙찰된 것과 대비된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동부올림픽타운에서도 지난 10월 응찰자 80명이 몰려 부산 지역의 아파트 경매 사상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 전용 85㎡는 감정가(4억4400만원)의 두 배 가까운 8억6360만원에 낙찰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아파트 경매의 인기가 이어져 경쟁률과 낙찰가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경매 물건의 감정가가 올초에 책정된 경우가 많아 대체로 시세보다 낮다”며 “투자 목적은 물론 저렴하게 아파트를 장만하려는 실수요까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철호 대표도 “실거주 수요가 있는 파주, 일산 등 신도시 중심으로 경매 경쟁률이 올라가고 있다”며 “다만 조정대상지역에 지정될 경우 주택을 낙찰받는 유주택자는 취득세율이 가산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