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지핀 전셋값…대치동 은마아파트 10억 넘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등 서울 강남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전세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재건축 단지는 연한이 오래된 만큼 전셋값이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준공된 지 40년이 넘은 재건축 아파트까지 전셋값 급등세가 퍼지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978년 준공된 대치동 은마 전용 84㎡는 지난달 30일 10억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아파트 전세 거래가 10억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최고가인 9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이 뛰었다. 대치동 B공인 대표는 “현재 전세 매물이 거의 없지만 자녀 교육을 마친 세입자 분들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은마의 경우 전용 84㎡는 최고 11억원, 전용 76㎡은 최고 10억원까지 호가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강남 노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 신고가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1988년 지어진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1단지 전용 83㎡ 전세는 지난 13일 10억원에 거래를 마쳤다. 해당 주택형에서 처음으로 10억원대 거래가 나온 것이다. 1978년 준공된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 76㎡ 전세 매물은 지난 12일 7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기존 최고가인 6억5000만원보다 5000만원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강남 노후 재건축 아파트 전세값 급등의 이유로 연이은 정부 규제와 우수한 학군을 꼽았다. 지난 7월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크게 줄었다. 재건축 규제 강화로 2년 실거주 의무가 생기면서 전셋집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들이 늘어났다. 여기에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꾸준한 학군 수요까지 겹치면서 노후 재건축 아파트 전셋값이 크게 뛰었다는 분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1·19 부동산 대책'을 포함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쏟아내고 있지만 부작용이 반복되고 집값과 전셋값이 잡히질 않는 모습”이라며 "이러한 추세라면 강남 전세는 20억원, 비강남 전세는 10억원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