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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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하는 이 땅이 지역에서는 꽤 유명해요. 몇 년간 아파트 나온다고 소문만 났으니까요. 미분양 걱정에 그동안 분양 못하다가 이제 때가 된 것 같아서 시작한 겁니다."(A분양대행사 관계자)

지방에 숨 죽였던 땅들이 살아나고 있다. 수년간 방치되다시피 했던 빈 땅에 아파트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정부의 잇단 규제와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오르고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욕구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를 지을 땅이 없다지만, 땅이 많은 지방에서는 최근의 전세난이 되레 사업이 기회가 됐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연말부터 내년초까지 중소도시에서 아파트 분양이 한창 쏟아질 예정이다. 지방에서 장기간 방치됐던 땅들이 살아나면서 시행사나 개발업자들은 "숨통이 트였다"고 안도하고 있다. 수요자들은 "새 집으로 내 집을 사면 좋긴하다"면서도 선뜻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지방 중소도시, 미분양 걱정했는데…'외지인' 과잉 투자 걱정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청약통장이 없거나 방치해놓은 경우가 많다. 지방 비규제지역에서 나오는 아파트는 택지지구를 제외하면 전매제한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계약즉시 전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지역 주민들은 청약을 잘 모르고, 청약을 잘 아는 외지 투자자들은 이러한 중소도시에 관심이 높다. 결국 외지인만 배불리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여기에 지난 9월22일 시행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기존 비규제지역이었던 지방광역시 민간택지와 지방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지방 도시로 많은 수요자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인구 약 3만명의 충북 단양군에서 공급되는 'e편한세상 단양 리버비스타' 조감도.
인구 약 3만명의 충북 단양군에서 공급되는 'e편한세상 단양 리버비스타' 조감도.
B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지방에서는 아파트 공급이 많지도 않고, 지역 주민들도 통장을 쓰지 않고 '다 지어지기 전에 가서 동호수 받아서 사지'라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정부의 잇단 규제로 서울·수도권에서 원정투자가 오더니, 이제는 지방 광역시 규제로 부근 외지인들의 문의가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로 갈 곳 없는 투자금들이 지방도시까지 밀려왔다는 설명이다.

지방 비규제지역에서는 (택지지구를 제외하면)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 가입 후 6개월 이상, 주택형별로 예치금 충족 시 누구나 1순위 자격이 주어진다. 유주택자는 물론 재당첨 여부와 상관없이 청약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대출규제도 덜하다. 계약 후 바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가입 6개월 만에 1순위·유주택도 청약돼 …"계약 후 바로 전매 가능"
호황기를 맞은 지역은 전국적으로 퍼져있다. 전남에서는 '여순광'으로 불리는 남도의 대표적인 도시인 여수, 순천, 광양 등은 내놓는 아파트마다 '완판'(완전판매)되고 있다. 1순위 청약도 어려웠던 지역에서 지난해부터 1순위 마감이 나오더니, 이제는 높은 경쟁률에 계약이 조기에 마무리되고 있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순천 어반타워'(632가구)는 1순위 청약에서 2만개가 넘는 청약통장이 몰리며 순천 역대 최다 접수 건수를 기록하더니 최근 계약까지 100% 마쳤다. 정당계약과 예비 당첨자에서 계약이 끝났다. 분양 관계자는 "지역에서 브랜드 새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연말까지는 여순광 이외에 지역에서 아파트가 나온다. 제일건설은 전남 목포시 석현동 668-10번지 일원에 ‘하당 제일풍경채 센트럴퍼스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면적 105㎡로만으로 조성되는 404가구다. 인근에 목포종합버스터미널이 있다.
옛 완도관광호텔자리에 들어서는 '쌍용 더 플래티넘 완도’. (자료 쌍용건설)
옛 완도관광호텔자리에 들어서는 '쌍용 더 플래티넘 완도’. (자료 쌍용건설)
인구 5만명의 전남 완도군에서도 아파트가 공급된다. 쌍용건설은 완도읍 가용리 3-22번지 일대에 ‘쌍용 더 플래티넘 완도’를 분양한다. 옛 완도관광호텔 자리에 들어서는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80~181㎡의 총 192가구 규모다. 바다조망을 갖췄고 지상 32층에는 스카이브릿지가 설치된다.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청약 인기지역으로 '돌변'
미분양이 속출했던 충청도 일대의 중소도시에서도 청약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토지신탁 시행하고 동부건설이 시공하는 ‘당진 센트레빌 르네블루’는 최근 청약경쟁률이 높게 나왔다. 일반공급 1116가구에 대한 1·2순위 청약 결과, 2292명이 신청해 평균 2.0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당진시는 주택보증공사(HUG)가 최근까지 발표한 미분양 관리지역에 남아 있는 지역이다. 실제 지역내 5~6개의 아파트에 미분양이 남아 있는 상태지만, 새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있는 상태다.

인구 3만명이 채 안되는 충북 단양군에서도 아파트가 나온다. ㈜한국토지신탁이 시행하고 대림건설이 시공하는 ‘e편한세상 단양 리버비스타’(396가구)다. 남한강과 대성산 사이에 있다.단지 인근에 단양초, 단양중, 단양고가 있고 농협하나로마트, 단양구경시장 등도 인근에 있다.

HUG의 집계에서 최장기간 미분양 관리지역이었던 경북 경주에서도 아파트가 분양된다. 경주는 2016년 11월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가 이달에 해제됐다. 무려 48개월 동안 관리대상지역이 되면서 최장기간 기록을 세웠다.

경주시의 미분양이 해소된 까닭은 전셋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전셋가율이 77%에 달하면서 남아있던 아파트가 없어졌고 지역주민들은 신규 분양을 기대하고 있다. 경주에서 최근 새 아파트 공급은 2018년 5월 1204가구 이후 없었다. 아이에스동서는 이달 경주시 용강동 용황지구 일대에서 ‘경주 뉴센트로 에일린의 뜰’(795가구)을 분양할 예정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