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만가구 공급에 15조원

인기 없는 다세대·연립, 시세 변화 심하고 공실위험 커
'부채 126조원' LH 부담…"비용 얼마나 늘지 가늠 안돼"
정부가 ‘11·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다음날인 20일 서울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 전·월세 매물 광고를 찾아보기 힘들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정부가 ‘11·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다음날인 20일 서울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 전·월세 매물 광고를 찾아보기 힘들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질 좋은 주택을 공공전세로 공급하겠다.”

국토교통부가 ‘11·19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강조한 말이다. 전세난 해소를 위해 입주자들의 주거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주택을 가구당 최대 6억원(서울 기준)에 매입해 임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호도가 낮은 다세대·연립(빌라) 매입에 이 정도를 썼다가 수요가 없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총 15조원을 들이는 전세 대책이 세금 낭비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공공임대 손실 가능성 크다”
공공임대 늘수록 손실 '눈덩이'…전세난 못 잡고 LH만 골병 우려

11·19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전세를 위해 서울에서 5000가구, 경기·인천 지역에서 8000가구, 지방에서 5000가구 등 총 1만8000가구를 매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2년이라는 단기간에 이 정도를 확보하는 게 만만치 않다. 가격 문제로 집주인과의 매입 협상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또 매입 후 수요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공실로 전락하게 된다.

국토부는 공공전세를 6년간 운영한 뒤 재매각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투입비용을 회수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다세대·연립은 아파트에 비해 시세 변동이 심하고 오래될수록 집값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많은 매물을 제값을 받고 팔기가 어려울 수 있다”며 “결국 매입과 운영, 재매각 등의 과정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축 매입약정도 마찬가지다. 매입비용이 가구당 최대 3억원(서울 기준)인데, 사들일 때마다 LH의 부담이 커진다. 2년간 4만4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인데 이 중 서울(2만 가구) 외에 지방(1만1000가구)과 경기·인천(1만3000가구)은 공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상가 오피스 호텔 등 비주택 리모델링 공급도 매입 과정에서 비용이 더 불어날 수 있다.

LH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공공임대 유형별 LH 추가 부담액’(2019년 기준) 자료를 보면 매입임대주택 가구당 부채가 9100만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기준 LH의 부채는 126조원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조금씩 줄어든 LH의 부채가 내년부터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세난 못 잡고 세금만 쓸 수도”
전문가들은 이번 공공임대 공급이 전세 위주로 이뤄져 재정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임대의 경우 보증금이 모두 부채로 잡히는 데다 월세를 받지 못하는 데 따른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LH,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등이 지금까지 공공임대 주택을 전세가 아니라 월세로 운영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전세임대 제도의 한계는 도입 10여 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서도 잘 드러난다.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전세 시세의 80% 안팎에 최장 20년간 집을 빌려주는 임대주택이다. ‘무주택 중산층 주거난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2007년 도입됐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추가 모집을 하지 않고 있다.

사업을 운영하는 SH공사의 재무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SH공사가 장기전세주택을 운영하면서 본 손실은 1조3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임대사업 손실(3900억원) 중 2000억원이 장기전세주택에서 나왔을 정도다. 한 민간임대업체 관계자는 “임대를 전세로 운영하면 수선비, 감가상각비 등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현금 흐름도 막힌다”며 “월세로 운영하는 것보다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보호법을 시행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뒀다면 지금의 전세난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번 전세 대책은 비용 문제가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진석/이유정/장현주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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