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로 전세난 잡을 수 있을까 [최진석의 부동산 팩트체크]

전세난이 좀처럼 해빙국면을 맞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말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후 3개월도 넘게 지났지만 위축된 전세공급이 풀리지 않고 있죠. 수급이 딸리자 전셋값이 치솟고, 이젠 집값까지 밀어올리고 있습니다. 이에 당정이 매입임대와 전세임대 등 공공임대 물량을 10만가구까지 조달하는 방안을 강구 하고 나섰습니다.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전월세 대책이 19일 나올 예정입니다. 하지만 대책의 실효성이 있을지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18일 당정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19일 매입·전세임대 등 공공임대를 최대 10만가구까지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세대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대책의 요지는 단기간에 물량을 확보해 공급할 수 있는 매입임대와 전세임대를 대폭 확충하겠다는 것입니다.

매입임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기관이 주택을 사들여 임대로 제공하는 주택을 말합니다. 전세임대는 입주 희망자가 전세 물건을 구해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대신 전세계약을 맺고 재임대하는 형태입니다. 매입임대와 전세임대는 기존에 있는 주택을 활용합니다. 때문에 건설임대에 비해 짧은 시간 안에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장점만 있는 건 아니죠. 이들 주택 대부분은 다가구와 다세대 주택 등 빌라입니다. 정부는 2018년 7월 '신혼부부 청년 주거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매입·전세임대 유형Ⅱ를 신설하면서 아파트도 공급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작년 매입·전세임대Ⅱ로 공급된 물량은 9000가구입니다. 정부는 매입·전세임대Ⅱ에 대한 주택도시기금 융자 한도를 확대하면서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매입·전세임대Ⅱ 공급 물량을 마냥 늘릴 수만은 없습니다. 수요가 높은 아파트를 공공임대로 확보하면 그만큼 매매시장에서 공급량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아파트라는 재화는 물량이 한정돼 있는데 그 중 일부를 정부가 확보해서 가져가면 그만큼 매물 순환이 위축됩니다. 이럴 경우 전세난을 잡으려다가 매매시장까지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아파트 공급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데 정부까지 매물 확보에 뛰어들면 시장에서의 공급 갈증이 더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죠. 신규 공급 없이 기존 주택을 활용한다는 게 이런 맹점이 있는 겁니다.

때문에 정부의 전세대책은 다가구 다세대 등 기존 유형Ⅰ 매입·전세임대를 최대한 확보하는 데 맞춰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통해서 지금의 전세난을 해소할 수 있을까요.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전세난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교통 좋고 주변 환경 깔끔한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 하는 수요를 다가구나 다세대 임대주택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정부가 정말 19일에 유형Ⅰ 매입·전세임대확보 방안을 내놓을 경우 아파트 전세난 해소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입니다.

정부는 이미 신혼부부 등의 주거안정을 위해 다가구·다세대를 활용한 임대 공급을 확충해왔습니다. 하지만 매년 공실이 늘고 있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6개월 이상 빈집으로 방치된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은 4044가구로 집계됐습니다. 2017년 1822가구 였는데 3년 만에 2.2배 증가한 것이죠.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436가구로 전체의 35.5%를 차지했고 인천 296가구(7.3%), 대구 285가구(7.0%), 부산 266가구(6.6%) 등 순이었습니다.

아무리 전세난이 심해도 수요자들이 살고 싶은 곳에 주택공급을 하지 못하면 이렇게 빈집만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이미 수치로 증명되고 있는 것이죠. 이번 정부의 발표로 인해 이 수치가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우려됩니다.

LH 등이 확보할 수 있는 다가구 다세대 물량은 앞으로 등록 말소될 예정인 민간임대에서 전환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대책을 통해 4년 단기임대와 아파트 장기임대를 폐지하고 등록 기간이 지난 주택은 자동말소하도록 했습니다. 이들 폐지되는 유형의 민간임대 중 올 연말까지 수도권에서 말소될 예정인 주택은 총 27만1890가구입니다. 정부는 등록임대 제도를 대폭 축소하면서 임대공급을 줄여놓고는 다시 이들 물량을 사들여 다시 임대로 내놓아야 하는 처지입니다. 이를 ‘임대주택 돌려막기’라고 표현하면 과한 걸까요?

공공임대 물량을 앞당겨 확보하기 위해 건축 중인 주택을 확보하는 '매입약정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건 이미 있는 제도인데 앞으로 활성화하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는 정부의 전세대책에서 제시되는 주택의 숫자를 더할 수는 있겠으나, 당장 집이 필요한 전월세 수요자를 달랠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임대 물량을 확충하기 위해 도심의 오피스나 공장에 호텔까지 확보하는 방안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피스나 상가 건물을 1~2인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건 이미 수차례 나온 내용이죠. 여기에 추가로 호텔 물량을 확보한다 해도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호텔을 매입해 공급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라고 해도 대부분 좁은 1~2인실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있는 가족이라면 거주하기가 매우 불편할 겁니다. LH 등 공공기관이 적잖은 비용을 들여 도심의 호텔을 인수해 1인용 임대로 전환해야 하느냐를 두고도 이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역시 새로운 정책은 아닙니다. 서울시는 이미 청년 역세권 임대주택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호텔도 개조해 임대로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종로구 베니키아호텔을 개조해 올해 1월 238가구를 공급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공공이 아닌 민간업체가 매입해 수선을 거쳐 공급했는데요. 대부분 1인실이고 2가구만 신혼부부용이었습니다. 하수관을 활용해 조그만 부엌을 넣었고, 세탁은 공용세탁실을 통해 해결하도록 했습니다.

정부가 19일 내놓을 대책은 이번 정부의 24번째 부동산 대책입니다. 재건축 재개발 사업을 규제로 묶고, 임대차3법을 강행해 전세난을 야기한 걸 보면, 이번 주택시장의 문제점들은 정부가 자초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됩니다. 이번 대책도 또다시 새로운 문제점을 야기하는 ‘자승자박(自繩自縛)’ 대책이 아니길 바랍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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