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전체 취업자(2712만 명) 가운데 7.4%인 202만 명이 건설업 종사자였다. 지난 9월 건설업 종사자는 207만 명 선이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건설업이 고용의 받침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고용에 효자 노릇을 하는 건설업계는 그러나 공공기관의 ‘저가 발주’ 관행에 신음하고 있다. 밑지는 공사를 하면서 2008년 3636개에 달했던 토목업체는 지난해 2598개로 1038곳이 사라졌다. 한 건설업체 대표는 “공공기관의 저가 발주 관행만 개선해도 5만 명가량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최저가 발주' 관행 여전…5만명 고용 창출 가로막아

“공사비 본전도 못 건져”

공사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설사가 늘어나고 있다. 1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공공공사 10건 중 4건이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가 받은 계약 금액이 실제 공사에 들어간 비용보다 적다는 뜻이다. 공공공사만 수행하는 업체 1049곳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9.64%, 적자업체 비중은 39%에 달했다. 건산연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연간 공사금액이 5%만 증가해도 미지급금액 3조5800억원이 해결돼 고용이 4만7000명가량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공공공사 발주 때 낮은 입찰 가격으로 경쟁하게 하는 구조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앞서 2015년부터 최저가낙찰제로 발생하는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부실공사, 저가 자재 사용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비 300억원 이상의 공공공사에서 종합심사제를 도입했다. 입찰 참여업체 중 공사수행 능력과 사회적 책임 등을 따진다. 하지만 동점자가 많아 사실상 가장 낮은 금액으로 써낸 업체가 공사를 수주하는 식이다. 종합심사제 도입 후 대부분 공사에서 낙찰가 하한선에 근접한 가격에 낙찰됐다.

최근 준공된 공공공사 중 책정된 공사비가 실제 필요한 금액보다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공단의 본부 신사옥 건립공사에서 계약금액은 670억9000만원이었으나 건설사가 실제로 투입한 비용은 719억3000만원에 달했다. 지방 한 의료원 신축공사도 공사비용은 429억2000만원이 들었으나 계약금액은 354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건설사들은 적자가 예상되는 공사를 ‘울며 겨자 먹기’로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입찰 참여 조건으로 유사 공사 실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당장 이윤이 없더라도 공사 참여를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공 품질 저하로 이용자 안전 위협”

덤핑 입찰 등의 문제점을 이유로 공공계약제도에서는 폐지된 최저가낙찰제를 사회복지법인 농협 새마을금고 등이 여전히 고집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들 기관은 설립 취지와 정부 지원을 고려할 때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식 공공기관은 아니어서 공공계약제도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한 지역농협은 시설공사를 발주하면서 건축(11억8019만원), 기계냉장설비(1억8513만원), 전기공사(1억420만원) 등에 적정 공사금액을 책정했다. 그러나 개찰 결과 건축은 기준가격의 60.5% 수준인 7억1480만원, 기계냉장설비는 1억2033만원(64.9%), 전기는 4785만원(45.9%)에 낙찰됐다. 건설업체 간 과열 경쟁 때문에 금액이 내려간 것이다.

자재 납품업체에 별도의 공사비 지급 없이 해당 자재의 시공까지 맡기는 발주 관행도 문제다. 시공 능력이 없는 납품업체에 시공을 맡겨 공사가 지연되고 시공품질까지 떨어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사실상 최저가낙찰제로 전락한 종합심사제의 평가 항목을 개선하고 공공 성격이 강한 사회복지법인이나 농협의 최저가낙찰제도 폐지해야 건설업 생태계가 건강해지고 지역 경제가 활력을 띨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