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아파트 값이 급등하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다시 시행되면서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많게는 수백 대 일의 기록적인 청약 경쟁률이 나오고 있다.

9일 한국감정원 청약홈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서울의 1순위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71.0대 1로, 지난해 경쟁률(31.6대 1)의 2.2배로 치솟았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7월 29일 부활시키면서 분양가와 시세의 차이가 더욱 벌어진 것이 청약 수요 폭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분양한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벽산빌라 가로주택정비)은 서울 역대 최고 경쟁률인 537.1대 1을 기록했다. 지난 8월 은평구 'DMC SK뷰 아이파크 포레'(수색13구역 재개발)에서 나온 서울의 직전 최고 경쟁률(340.3대 1)을 두 달 만에 경신한 것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재시행 이후 서울 첫 적용 단지로 관심을 모았던 서초구 '서초자이르네'(낙원청광연립 가로주택정비)도 67가구로 구성된 소규모 단지임에도 300.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또 올해 들어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경기·인천)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31.4대 1로, 지난해 경쟁률(10.4대 1)과 비교해 3.0배로 뛰었다. 특히 이달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동시 분양한 3개 단지(과천푸르지오오르투스·과천푸르지오어울림라비엔오·과천르센토데시앙)와 경기도 하남시 감일푸르지오마크베르 분양에는 청약자 수십만 명이 몰렸다. 평균 청약 경쟁률도 과천푸르지오오르투스 534.9대 1, 과천르센토데시앙 470.3대 1, 과천푸르지오어울림라비엔오 415.7대 1, 감일푸르지오마크베르 404.7대 1 등 수백 대 1을 기록했다.

이들 단지는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공급하는 민영주택에 해당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됨에 따라 입지와 가격, 브랜드 경쟁력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폭발적인 청약 열기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로또 분양'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국민의 절반 이상이 청약통장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말 기준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포함) 가입자 수는 2681만2857명으로 대한민국 인구수(약 5178만명)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었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공급물량 감소가 이어졌다"며 "공급 물량은 줄어드는데 정부가 2030세대를 위해 생애 최초 특별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신혼부부 소득 요건을 완화하는 등 청약 시장의 문은 크게 열리고 있어 앞으로 기록적인 경쟁률이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청약 경쟁률의 고공행진이 전셋값과 중저가 주택의 매맷값을 밀어 올릴 요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분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 무주택자들의 청약 대기 수요 증가로 전셋값이 급등하고, 가점이 낮은 예비 청약자들이 청약을 포기하고 매매로 전환하면 매맷값마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당장 입주할 수 없는 주택을 분양하기 때문에 분양가격을 시장가격보다 5∼10% 정도만 저렴하게 맞추는 제도적 개선이 단기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장기적인 대안은 지속적인 주택 공급을 통한 신규 입주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