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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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사는 직장인 오모씨(38)는 결혼 이후 지금까지 대단지 아파트에서 8년간 전세로 살았다. 그러나 지난달 은평구의 전용면적 132㎡ 빌라를 매수했다. 그동안 전세 계약기간 갱신을 해주던 집주인이 이번엔 아들이 들어온다며 계약 만료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오씨는 “주변에 전세 매물이 없고 집값이 올라 살 수도 없다”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주거환경이 좋은 은평뉴타운 내 빌라에 정착하려 한다”고 말했다.

무주택자 "빌라라도 사자"…거래량, 아파트 넘어섰다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자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서울 지역 빌라(다세대·연립)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저가 아파트 급등세가 두드러진 서울 은평구, 금천구 등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거래가 늘고 있다.

8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의 다세대·연립 거래량은 3332건으로, 아파트 거래량(2683건)을 24%가량 앞질렀다. 이달 들어 8일까지는 아파트와 빌라 거래량이 각각 42건, 144건으로 그 격차가 벌어졌다. 지난 9월엔 아파트 3764건, 빌라 4023건이 거래됐다.

일반적으로는 주거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 거래량이 많은 편이다. 9월 아파트·빌라 거래량이 뒤집힌 건 5개월 만이었다. 작년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아파트 매수심리가 바닥으로 떨어진 영향으로 4월 빌라 거래량(4073건)이 아파트(3026건)를 잠시 웃돌았다. 하지만 30~40대 ‘패닉바잉’(공황매수) 열풍이 불면서 6월 아파트 거래량(1만5614건)은 빌라(6376건)의 3배 가까이로 늘었다. 7월 아파트 거래량도 1만645건에 달해 빌라 거래량(7270건)을 크게 웃돌았다.

빌라 매수세가 늘고 있는 것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7월 말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급등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에 ‘내 집 마련’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빌라 거래량이 많았던 지역은 △은평구(369건) △강서구(312건) △강북구(293건) 순으로 서울 내에서도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곳이다. 이달 거래량이 많은 지역도 중랑구(30건) 동작구(21건) 은평구(19건)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초 패닉바잉 장세에선 강남,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의 핵심 주거지 중심으로 집값이 움직였지만 지금은 노원구, 성북구 등 서울 외곽에서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전세 수요가 빠르게 중저가 아파트, 빌라 등의 매수세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