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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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의 지분적립형 주택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현재 불안정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진 못할 것이란 평가를 내렸다. 지분적립형 주택의 면적, 입지 등을 두고 호불호가 엇갈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3년부터 분양하면 실제 입주시기는 2026~2027년이라 지금의 전세난 해소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분적립형 주택은 주택시장의 ‘틈새상품’”이라며 “공급물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서울의 주택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청약을 노린다 해도 최초 분양시점인 2023년까지 전‧월세 생활을 해야 하고 당첨된다 해도 2026년 이후에나 입주할 수 있다. 심 교수는 “지분적립형 주택 공급이 본격화되는 2024년 이후에 당첨이 된다면 2020년대 후반으로 입주시기가 밀린다”며 “앞으로도 짧게는 6년, 길게는 10년 동안 임차인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수 무주택자들이 ‘희망고문’에 시달리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량이 적은 만큼 입지가 우수한 곳에서 공급되는 지분적립형 주택을 두고 청약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도 있다.

지분적립형 주택의 면적을 두고도 시장의 반응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20년은 거주해야 하는데 면적이 소형이라면 예비청약자들의 선호도가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자녀가 크면서 보다 넓은 면적의 주택으로 이동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좁은 집에서 20~30년 동안 살아야 한다면 입주자들의 불편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중대형 면적을 공급할 경우 분양가의 20~25%만 내고 입주한다고 해도 초기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럴 경우 ‘자산이 부족한 무주택자들의 초기부담을 완화해준다’는 지분적립형 주택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 이창무 교수는 “지분적립형 주택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생애주기에 따른 주거이동 수요와 공급물량,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힘들 것”이라며 “일정 기간 거주한 뒤 보다 큰 면적의 지분적립형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방안 등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교수는 “4년마다 지분을 추가 취득할 때 납부하는 금액을 두고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갈등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사전에 점검하면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공급시도 더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