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찬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이 27일 서울 서초동 한국감정원 수도권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 공청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형찬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이 27일 서울 서초동 한국감정원 수도권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 공청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2030년까지 아파트 등 공공주택의 공시가격 반영률을 90%로 높이는 정부 로드맵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1주택자도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내년부터 종부세율이 최대 6%로 인상되는 다주택자의 경우 ‘세금폭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마래푸·은마 2주택자, 5년뒤 보유세 3073만원→8768만원

고가주택은 5년 먼저 반영률 90%

국토연구원은 27일 공청회에서 공시가격 반영률 도달 목표를 80%, 90%, 100% 등 복수로 제시했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영률 90%를 2030년까지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와의 협의 과정이 남아 있지만 사실상 이 안으로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

이 방안은 공동주택 가격별로 90% 반영률 달성 시기를 다르게 제시했다. 9억원 미만은 2023년까지는 1%대, 2024년부터 3%대로 반영률을 올려 2030년 목표치에 도달하도록 한다. 반면 9억원 이상은 당장 내년부터 3%대 이상으로 인상한다. 9억~15억원 아파트는 2027년, 15억원 이상은 2025년이면 각각 반영률 90%에 도달한다. 올해 기준 9억원 미만 아파트의 반영률은 68.1%, 9억~15억원은 69.2%, 15억원 이상은 75.3% 수준이다.

단독주택의 경우 9억원 미만은 3년간 1%포인트대로 소폭 오르고 이후 3%포인트씩 올라 2035년 90%에 도달한다. 9억~15억원은 연간 3.6%포인트 올라 2030년 목표치에 닿고, 15억원 이상은 연간 4.5%포인트 상승해 2027년 90%가 된다. 토지는 가격과 유형에 상관없이 매년 3%대 인상을 적용해 2028년 90%의 반영률을 달성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과 시세의 역전’ 등 부작용을 우려했다. 시세는 매일 바뀌지만 공시가격은 1년에 한 차례 공표되기 때문이다. 자칫 가격 조정이 이뤄지면 시세가 공시가격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이승현 진진세무회계법인 대표회계사는 “공시가격은 보유세는 물론 건강보험료의 재산점수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집값 상승이 멈추거나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세금은 늘어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 보유세 세 배 가량 커져

공시가격 인상이 진행되면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내야 할 세금은 늘어난다. 과세표준이 오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신한은행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의뢰해 추정 세액을 계산한 결과 서울 2주택자는 보유세 부담이 세 배 정도 불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같은 면적대를 소유한 2주택자(합산 공시가격 25억7900만원)는 올해 보유세로 3073만원을 낸다. 하지만 반영률 90%가 되는 2025년 보유세는 8768만원으로 불어난다.

종부세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이 진행되는 와중에 공시 가격 인상까지 엎친 데 덮친 결과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은마의 올해 반영률은 각각 68%, 80%대 수준이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금이 많은 다주택자도 고가주택을 보유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1주택자도 예외는 아니다. 시세가 35억원 안팎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공시가 25억원7400만원) 소유자는 올해 보유세로 1326만원을 낸다. 현재 70% 수준인 반영률이 90%로 오르면 2025년 보유세는 3933만원이 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1주택자는 2년 단위로 세금이 두 배 넘게 증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형진/이유정/장현주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