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근린시설도 입주권
2011년부터 막았는데…조례 개정 시사
"도심 주택공급 다급함 방증…정책 일관성 해쳐"
공공재개발을 신청한 서울 흑석동 흑석2구역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공공재개발을 신청한 서울 흑석동 흑석2구역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와 서울시가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면서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근린생활시설에 대해서도 입주권을 주기로 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근생 쪼개기’를 방지하겠다며 10년 동안 조례를 통해 막아왔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도심 주택공급에 대한 다급함이 악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까지 진행한 공공재개발 설명회에서 상가 등 비주거시설 소유자들에게도 새 아파트 분양자격을 주겠다고 안내했다. 공부상 근린생활시설이더라도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입주권을 주겠다는 의미다.

당시 설명회에 참여한 뒤 사전의향서를 제출한 강북의 한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서울시가 조례를 개정하거나 공공재개발로 주택공급활성화지구를 지정할 때 반영해주겠다고 했다”며 “사업에 반대하는 상가 소유주들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는 상가 등 근생 건물 소유자들에게 재개발 입주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용산 서계동과 청파동, 한강로 등을 중심으로 근생 쪼개기가 만연했던 영향이다. 근생 쪼개기란 재개발구역의 근생시설을 둘 이상으로 쪼개서 분양대상자를 늘리는 수법이다. ‘지분 쪼개기’나 ‘신축 쪼개기’의 한 맥락이다. 근생 쪼개기의 경우엔 주거용 건물과 달리 주차장 관련 규제를 받지 않아 유행했다.

서울시는 2008년 7월 30일 조례 개정을 통해 이 같은 사실상 주거용 근생시설에 대해 제한적으로만 입주권을 허용했다. 그러다 2011년 5월 26일부턴 아예 막았다. 이날 이후 정비구역지정 공람이 이뤄진 구역에선 사실상 주거용 근생시설 소유자들에게 새 아파트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시 근생시설에 대해 입주권을 주기로 하자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에선 일단 환영이다.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가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기로 한 옛 한남1구역 주민 김모 씨는 “사업 동력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공실 문제를 겪었던 상가 소유주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과거엔 서울시에서 근생의 입주권 자격을 막는 바람에 무더기 경매가 쏟아지기도 했다”며 “이제 와 허용한다면 제도의 일관성을 해치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조합을 설립한 정비구역에서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려면 토지등소유자 50%의 동의를 얻으면 된다. 아직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경우 주민 66.7%의 동의가 필요하다. 조합설립에 필요한 토지등소유자 등의율이 75%인 점을 감안하면 사업 소요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근리시설 등 상가 소유주들의 입주권 자격이 인정된다면 동의율은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 다만 조합원이 늘어나면 그만큼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

발빠른 투자자들은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 부동산 투자자는 “청파동에 매물로 나온 근생 건물을 보지도 않고 계약했다”며 “입주권이 나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물건조차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 주택공급을 확대하려는 정부와 서울시의 다급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느닷없이 기준을 바꿔 입주권 자격을 인정하겠다는 건 그만큼 사업을 촉진시켜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정비사업을 억제한 데서 비롯된 촌극”이라고 꼬집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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