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KB시세, 대출 많이 받으려 사용한다"…사실일까? [팩트체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B 통계는 대출을 많이 받게 하려고 시세를 높이는 경향이 있어 대출할 때 사용한다”고 말했다. KB시세가 한국 감정원과 집값 상승률 차이가 큰 데 대한 설명이다. 그러나 일선 공인중개업소와 시중은행에선 시장 상황을 모르는 주장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KB시세가 올라 대출을 아예 받지 못하거나 대출 금액이 적어져 불리해지는 사례가 다수 나오고 있기 때문에 대출을 더 많이 해주기 위해 KB시세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는 설명이다.

김 장관은 이날 “(감정원, KB시세는)지수의 산정방식과 시세의 결정방식이 다르고 시세의 경우 대출할 때 사용한다"며 “대출을 많이 받게 하기 위해서는 시세를 높게 받아야 하기 때문에 KB 시세가 호가중심으로 이뤄진다고 하는것도 그런것들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값이 9억~15억원대에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부는 지난 12·16 부동산 대책’에서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9억 초과 아파트 대출을 9억원까지 40%, 9억원 넘는 부분을 20%로 줄인 바 있다. 서울 아파트 대부분은 9억~15억원 구간에 있어 KB시세가 높게 책정되면 오히려 대출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서울 아파트 124만6952가구 가운데 9억원 이상 아파트는 39.2%인 48만 9047가구다.

예를 들어 KB시세로 14억원대인 아파트가 15억원으로 상승하면 예비 매수자는 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 84㎡의 일반 평균가격은 지난 7월 14억 7500만원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두 달 만에 KB시세가 16억 2500만원으로 상승해 이제 실수요자는 대출을 한푼도 받을 수 없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의 일반 평균가격도 지난 6월 13억 2000만원에서 4개월 만에 14억 3000만원으로 상승해 ‘대출 금지선’에 다다랐다. 이와 같은 원리로 8억원대 아파트의 KB시세가 9억원을 넘어서는 순간 대출은 20%로 줄어들어 KB시세가 높을수록 집을 구매할 때 손해를 본다.

김 장관은 또 KB 통계가 실제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통계로, 실거래가를 기본으로 책정된다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KB 통계는 호가 중심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KB시세의 적절성에 의문을 표한 것이다.

그러나 시중은행 가운데 대출 기준으로 KB시세 대신 한국감정원 시세를 사용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대출 시세가 필요한 아파트 가운데 감정원에서 책정한 시세가 없는 아파트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새 아파트 단지 시세는 감정원 시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송파구 ‘잠실올림픽공원아이파크’의 KB시세는 존재하지만, 감정원은 아직 없다. 시중은행에서는 통상 KB시세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감정평가를 통해 대출 시세를 책정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감정원 통계를 사용해 시세를 책정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