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집은 무엇일까" '인터뷰 집'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를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죄악은 아니겠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하는 절대선도 아닐 겁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나이, 직업, 학력, 지역 등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고 싶은 분, 내 주변에 사람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직접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신동인 신디스쿨 대표
신동인 신디스쿨 대표
신동인 신디스쿨 대표(37)는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스스로를 '목표지향적인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그에게 집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쉬어가는 장소였다. 그의 목표는 일을 통한 자아실현이다. 집으로 돈을 벌고 싶단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투자에 신경을 쓸 시간이 없어서다. 전원주택 등에 살고 싶다는 로망도 없다. 집 관리에 쏟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따로 관리할 필요없고, 교통이 편리하고, 일정한 퀄리티(질) 이상의 생활 환경을 제공하는 신도시 아파트를 최고의 집으로 꼽았다.

◆전원주택 불편해, 아파트가 좋다

23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신디스쿨 사무실에서 신 대표를 만났다. 그는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삶의 여정을 걸어가고 있었다. 2006년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임용고사에 합격했다.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사로 일하며 국비장학생에 선발돼 캐나다 유학도 다녀왔다. 32살때는 교육전문직인 연구사로 발탁돼 교육부에서 일했다. 올해 초에는 잘 나가던 공무원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그가 시작한 신디스쿨은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예비창업패키지,한국여성벤처협회 비즈플랜 기업, 서울시 캠퍼스 타운 기업 등에 선정되는 등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을 통한 자아실현이다. 그에게 집은 실용적인 의미가 가장 컸다. 직장 근처인지, 교통이 편리한지. 이런 것들만 생각했다. 집은 삶의 여정이 바뀌는 상황에서 그때그때 편리한 곳으로 옮기면 되는 것이었다. 그는 "10년간 이사를 14번했다"며 "일하거나 공부를 하는 환경에 따라 제일 가까운 곳에 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결혼 후에는 서울역 근처 오피스텔에 살았다. 교육부가 있는 천안으로 출퇴근을 하기 편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 등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조금 바뀌었다. 그는 "아이를 키울 생각을 하니 주변 환경 등도 고려하게 됐다"며 "SRT가 있고, 신도시라 환경도 쾌적하고 학교, 공원 등 시설도 잘 갖춰진 위례를 선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원주택이라든가 단독주택에 살고 싶은 '로망'은 전혀 없다. 그는 "집 관리 안해도 되고, 출퇴근하기에 편리한 곳이 좋다"며 "늘 바쁘게 살기 때문에 집을 가꿀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어릴때는 전원주택에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중학교까지 아파트에 살았지만 아버지 사업이 기울면서 고등학교때 허름하고 좁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예민한 사춘기 시절 거주 환경이 안 좋아지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일산 신도시에 전원주택단지가 있는데 지나가면서 볼 때마다 정말 좋아보였어요. 거기에 살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돌아보면 어려운 상황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곳을 꿈꿨던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서도, 은퇴를 해서도 도시에 살고 싶다고 했다. 특히 역세권 아파트를 선호한다. 운전을 못하는 상황이 됐을때 어디든 가려면 대중교통이 잘 돼있어야 한다는 이유다. "나이 들어서 한적한 산속에 들어가서 살면 적적하지 않을까요. 병원도 가깝고 문화생황도 할 수 있고 친구들도 가까이 사는 도시가 좋아요."
신동인 신디스쿨 대표
신동인 신디스쿨 대표
집으로 돈을 벌고 싶은 생각은 없다. 자산을 통한 부의 축적보다는 자신의 사업을 통해 성공하고 싶은 욕구가 훨씬 크다. 그에게 지금하는 일은 자아실현 그 자체다. 그 일을 하다보면 부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부부관계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신디스쿨'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 부부 문화를 혁신하는게 목표에요.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가 되길 바래요."

돈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수단이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돈은 나에게 시간과 자유를 의미한다"고 했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고, 사고 싶은 것은 살 수 있는 것이 자유다. "자유와 함께 가사노동 등을 사서 내가 자아실현에 쓸 수 있는 시간을 살 수 있는 것이 중요하죠. 돈 을 모으는 자체에 대해선 관심이 없어요."

집을 사는 사람들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성향차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자신은 집을 목표로 삼은 적이 없어 그저 도구로 다룰 뿐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의 목표는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라며 "집은 하나의 도구, 옵션일 뿐이지 목표는 아니다"라고 했다.
"14번의 이사…'로망' 전원주택 대신 신도시 아파트 택했다" [강영연의 인터뷰 집]
그는 4살짜리 아이의 엄마다. 영어유치원 등 사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하는 시기다. 실제 주위에는 초등학교 학군을 위해 이사를 고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는 아이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사를 갈 생각도 없다고 했다.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떄문이다. 그는 "사교육을 위해서 얻을 수 있는 성취보다는 학습의 자기주도성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이가 원한다면 사교육도 시키겠지만 내 욕심에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에게 남겨주기 위해 자산을 많이 늘려야 겠다는 생각도 없다. 혼자 살아가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식에게 유산을 남겨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부모님에게 받은게 없고요.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성인이될 때까지는 지원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혼자서 살아가야죠."

집에 갖추고 싶은 것으로 꼽은 세가지는 작업실, 사우나, 따뜻함이다. 작업실을 만들어서 유튜브도 찍고, 개인적인 글도 쓰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고 했다. 그가 그린 그림에는 커다란 창이 있는 거실에 큰 책상, 천장까지 닿아있는 책장이 있다. 신 대표는 "채광이 좋은 창을 보며 일하고 싶다"며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이라 책상은 클수록 좋다"고 설명했다.

사우나나 따뜻함은 모두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도구라고 했다. 그는 "모든 것이 일의 성취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며 "집에서 에너지를 채워야 밖에 나가서 쏟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