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5·은마, 공공재건축 검토 악재…호가 1억 이상 '뚝'
목동, 9단지 안전진단 탈락 '쇼크'…실망 매물 쏟아져
압구정·개포, 연내 조합설립 가시화에 집값 '고공행진'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 신청 소식이 알려진 이후 호가가 1억원가량 떨어진 서울 잠실동 주공5단지.  한경DB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 신청 소식이 알려진 이후 호가가 1억원가량 떨어진 서울 잠실동 주공5단지. 한경DB

서울 강남과 목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직전 거래보다 호가를 수천만원 이상 낮춘 ‘급매’가 나오기 시작했다.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공공재건축)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탈락 등 각종 악재가 쏟아지자 투자자의 발걸음이 끊기고 있어서다.

반면 2년 실거주 의무를 피하기 위해 연내 조합 설립을 서두르고 있는 압구정과 개포 등 재건축 단지들은 연일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며 재건축 단지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공공재건축 사업성 떨어질 것
엇갈리는 재건축 시장…잠실·목동 '급매' 속출, 압구정·개포 '신고가'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 76㎡는 직전 거래가보다 1억원 이상 낮은 급매물이 나왔다. 이 주택형은 지난 8월 이뤄진 직전 거래가가 22억8300만원이었는데 현재 최저 호가는 21억8000만원이다. 지난달 22억8000만원에 내놨으나 매수세가 붙지 않자 1억원을 더 내렸다. 이 단지 전용 82㎡도 8월 신고가(24억6100만원)보다 7100만원 낮춰 23억9000만원에 내놓은 매물이 있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추석 이후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 신청 소식이 들리면서 신고가를 경신한 7~8월과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일부 집주인이 호가를 수천만원씩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엇갈리는 재건축 시장…잠실·목동 '급매' 속출, 압구정·개포 '신고가'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선 정부가 앞서 ‘8·4 공급대책’을 통해 도입한 공공재건축이 사업성을 떨어뜨릴 것이란 시각이 많다. 공공재건축은 재건축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완화하고 최고 층수를 50층으로 허용해주는 대신 늘어난 가구수의 최대 70%를 기부(공공기여)받아 공공임대, 공공분양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기부 비율이 크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공기관이 사업관리를 맡아 단지 고급화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잠실 주공5단지와 더불어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호가 오름세가 꺾였다. 이 단지 전용 84㎡는 8월 토지거래허가제를 뚫고 23억8000만원 신고가를 썼으나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현재 22억8000만~23억원 매물이 출현했다.

최근 안전진단에서 탈락한 양천구 목동 일대 재건축도 급매가 속출하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9단지는 지난달 말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현재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 모두 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으나 9단지가 최종 탈락하면서 다른 단지에서도 ‘실망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7월 16억3000만원에 신고가를 썼던 5단지 전용 65㎡는 15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13단지 전용 53㎡는 6월 11억1700만원에 손바뀜했다가 현재 호가는 10억5000만원까지 내려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16일 조사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0.01% 상승해 9월 둘째주(0.09%) 이후 4주 연속 상승폭이 더뎌지며 약보합세에 접어들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권 들어 재건축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한 데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가 겹치면서 수요자에게 투자 매력이 떨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압구정·개포 조합 설립 앞두고 ‘신고가’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은 조합 설립에 속도를 내며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앞서 ‘6·17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올해 안으로 재건축조합 설립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는 실거주 기간을 2년 채워야 신축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압구정4구역(현대8차, 한양3·4·6차)과 압구정5구역(한양1·2차)은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 75% 이상을 확보해 연내 조합 창립총회를 열 예정이다. 압구정1구역(미성1·2차)과 압구정2구역(신현대9·11·12차)도 최근 추진위원회 설립을 위한 동의율 50%를 넘겼다.

재건축 조합이 설립된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기 때문에 매수세가 붙고 있다는 설명이다. 규제가 오히려 호재가 된 셈이다. 지난달 압구정동에서 거래된 아파트 12건 중 8건이 신고가를 썼다. 신현대9차 전용 152㎡는 지난달 42억원에 거래되며 6월(34억8000만원)보다 7억원 넘게 올랐다. 미성2차 전용 140㎡는 지난달 32억원에 손바뀜해 한 달 만에 전고가(30억5000만원)를 1억5000만원 뛰어넘었다.

강남구 개포동 재건축 ‘마지막 퍼즐’인 개포주공5·6·7단지도 비슷한 분위기다. 개포주공5단지 추진위원회는 오는 24일 조합 창립총회를 열 계획이다. 6·7단지도 내달 조합 창립총회를 열 예정이다. 지난달 이 단지들에서 이뤄진 총 13건의 거래 중 11건이 신고가다. 개포동 B공인 관계자는 “조합 설립을 앞두고 매물이 귀해 매도자 우위 장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재건축 시장이 혼조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시장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새로운 규제가 나오거나 인허가 단계마다 가격이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로 수요를 인위적으로 눌러놓더라도 압구정이나 개포처럼 계기가 오면 가격이 한 번에 튀어오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을 위해선 재건축 인허가를 풀어 시장에 공급 신호를 지속적으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