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전세난민' 몰려

임대차 3법·가을 이사철 겹쳐
판교 백현마을 84㎡ 10.8억
매물 호가 12억원까지 치솟아

과천·광명서도 신고가 잇따라
하남 1년새 두 배 가까이 올라
경기지역에서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셋값이 10억원을 넘는 단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매물 품귀로 전셋값이 크게 오른 성남 판교신도시 백현동 일대.  한경DB

경기지역에서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셋값이 10억원을 넘는 단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매물 품귀로 전셋값이 크게 오른 성남 판교신도시 백현동 일대. 한경DB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경기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담은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데다 가을 이사철까지 맞물리면서다.

강남 대체지로 꼽히는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와 과천 등에서 전용면적 84㎡ 전세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경기지역에서 집값이 전세 가격을 밑도는 ‘깡통전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판교·과천·하남·광명 전셋값 상승세
경기로 번진 '전세대란'…판교·과천 속속 10억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판교신도시 백현동 백현마을 6단지 전용 84㎡ 11층 전세 매물이 지난 8일 10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에서 지난달 25일 10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판교에서 올 들어 두 번째 10억원대 거래가 등장한 것이다. 백현동 알파리움 2단지 전용 96㎡도 6일 9억2000만원에 전세 신고가를 경신했다.

판교신도시 전세 매물이 씨가 말라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평동 봇들마을 8단지 전용 84㎡ 전세 매물 호가는 12억원까지 치솟았다. 삼평동 A공인 관계자는 “이 주택형 전세 최고가는 9억4000만원이지만 매물이 하나밖에 남지 않아 호가가 크게 뛰었다”고 말했다.

수도권 3기 신도시 중 선호도가 높은 경기 하남시의 전세가격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수도권 공공택지 사전청약 일정이 발표된 뒤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전세를 찾는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덕풍동 하남풍산아이파크 1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29일 6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역대 가장 비싼 전세가격이다. 망월동 미사강변하우스디더레이크 전용 84㎡ 전세도 지난달 6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3억8000만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로 뛰었다.

과천 광명 등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쏟아지고 있다. 과천시 중앙동 푸르지오써밋 전용 84㎡는 지난달 24일 11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광명시 철산동 철산푸르지오하늘채 전용 84㎡는 지난달 22일 7억8000만원에 전세 신고가를 경신했다. 일직동 광명역써밋플레이스 전용 84㎡ 전세도 지난달 28일 처음 7억원대에 진입했다.
커지는 깡통전세 우려
경기로 번진 '전세대란'…판교·과천 속속 10억

서울의 전세난이 경기로 확산되면서 ‘전세 대란’이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전세 품귀가 가격 급등을 부르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의 이달 첫째주(5일 기준) 경기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0.17%로 집계됐다. 광명(0.38%), 수원 권선구(0.30%), 하남(0.24%), 성남 분당구(0.22%) 등은 높은 전세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세 시장의 수급 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를 살펴봐도 경기지역의 수급 불균형은 심각하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주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경기 아파트의 전세수급지수는 6월 29일 169.6에서 195.7(10월 5일 기준)로 치솟았다. 이는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심리지수(0~200)로, 100보다 크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전세가가 매매가를 웃돌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은 부동산 매매가격이 견조하지만 내년 6월 1일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일을 앞두고 다주택자 매물이 쏟아지면 가격 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과 가을 이사철 등의 영향으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돼 전세난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며 “자칫 집값이 내리면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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