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제한이 풀리고 분양권에 수억원의 웃돈이 붙은 송도국제도시 전경. (자료 한경DB)
전매제한이 풀리고 분양권에 수억원의 웃돈이 붙은 송도국제도시 전경. (자료 한경DB)
"사모님. 제가 그 때 한 장부터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송도는 규제지역이랑 아무 상관없어요", "앞으로 보세요. 더샵이나 다른 단지들 더 올라요"….

지난 4월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힐스테이트송도더스카이'(1205가구)에 당첨된 김모씨는 하루가 멀다하고 공인중개사들의 전화를 받는다. 이 단지는 분양권 전매제한(6개월)이 10월1일부로 풀렸다. 인천은 물론이고 경기도에서도 김 씨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연락이 온다. 처음엔 전화받는게 귀찮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오른 웃돈에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김 씨는 "송도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고 분양권 매수자는 전매가 금지되다보니 누가 사겠냐 싶었다"면서도 "막상 전매제한이 풀리니 당황스러울 만큼 연락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전매풀린 송도 아파트, 웃돈 최대 3억원 육박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힐스테이트송도더스카이의 전매된 분양권은 127건에 달한다. 추석과 한글날을 감안하면 신고할 수 있는 날은 7일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18건이 거래된 셈이다. 신고되지 않은 분양권까지 감안하면 최소 20건 이상은 거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 나와있는 분양권은 약 200개 정도가 된다. 앞서 거래된 분양권 거래까지 합하면 이 단지의 25~30% 가량의 집주인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가가 25억원을 넘어 화제가 됐던 펜트하우스 전용 175㎡(약 72평)도 전매됐다. 6가구가 공급된 펜트하우스인데, 4가구가 손바뀜됐다. 절반 이상이 전매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거래가 가장 활발한 주택형은 전용 120㎡(약 49평)이다. 396가구로 조성되는 이 주택형에서 62건의 전매가 이뤄졌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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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스테이트송도더스카이의 웃돈은 층이나 향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전용 84㎡ 웃돈은 1억3000만~2억원까지 붙었다. 102㎡는 1억중반부터 3억원까지 나와있고, 120㎡는 1억1000만~2억원까지 분포됐다.

힐스테이트송도더스카이는 분양부터 계약, 무순위까지 화제를 몰고 다녔다. 분양가가 3.3㎡당 평균 2230만원으로 당시 인천 최고 분양가를 찍었다. 최고가 기준으로 전용 84㎡형은 7억6000만원대였고 102㎡는 9억5050만원, 120㎡형은 12억1170만원이었다. 수요자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판상형 구조는 거의 없고 타워형(탑상형) 구조가 주를 이뤘다. 그럼에도 804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에서는 5만8021명이 몰려 평균 72.2 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미계약과 부적격 청약자들로 인해 나온 무순위청약, 이른바 '줍줍'에도 수만명이 몰렸다. 50가구를 모집하는데 5만8763건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 1175.3대 1을 기록했다. 2가구를 모집하는 84㎡A형에는 5만6015명이 접수해 2만8007.5대 1라는 경쟁률을 찍었다.

"정부 대책이 분양권 희소가치 불러와"

분양가 논란은 송도에서 후속분양이 진행되고 정부의 규제가 들어오면서 누그러들었다. 지난 5월 송도국제도시 F19-1블록에서 공급된 '더샵 송도센터니얼'(342가구)의 전용 84㎡A형은 8억1000만원이었다. 6월에는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3차'(1100가구)가 나왔는데, 84㎡B형의 분양가가 8억2293만원이었다.

6·17대책이 여기에 한 몫을 했다. 인천은 대부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고, 송도가 포함된 연수구는 투기과열지구가 됐다. 중소형은 가점으로만 당첨자를 뽑게 됐고 대출은 까다로워졌다. 규제 이전에 받아놓은 분양권은 투기과열지구가 되면서 전매를 1회만 할 수 있게 됐다. 한 번 매수자는 입주 때까지 분양권을 가져가야 한다.

얼핏보면 규제가 강화된 것 같지만, 송도 분양권은 더 몸값을 올리게 됐다. 거래 가능한 물건이 적어지면서 희소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송도는 인천의 강남으로 꼽힌다. 고급 주상복합과 새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서구나 남동구 등 투기과열지구로 동반 지정된 지역은 구도심과 어울려 집값 차이도 큰 곳과는 다르다. 가점을 쌓지 못하면 송도에서 새 집을 구할 수가 없으니 더욱 귀한 몸이 됐다.
송도국제도시 일대 아파트 전경. (자료 한경DB)
송도국제도시 일대 아파트 전경. (자료 한경DB)
송도 아파트값도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관계없이 상승했다. 올해 입주한 더샵송도마리나베이(전용 84㎡)는 지난 23일 7억2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전용 84㎡의 경우 지난달 송도더샵그린애비뉴 7단지는 6억2300만원에, 송도더샵그린스퀘어는 6억8000만원에 각각 신고가를 나타냈다.

인천 분양권 시장은 이번 힐스테이트송도더스카이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활황을 나타낼 것이라는 게 현지에서의 얘기다. 송도 아파트는 물론 4805가구의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도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기을 기다리고 있다. 이달 전매제한이 풀린 힐스테이트부평(1409가구) 또한 수천만원의 웃돈이 붙었다. 전용 84㎡의 경우 분양가에 1억3000만원까지 호가가 나와있다.

송도동 A공인중개사 대표는 "분양 당시에는 서울로 규제가 몰리면서 풍선효과로 인천에 수요가 몰리는 면이 있었다"면서도 "당시 분양됐던 아파트들의 전매가 풀리면서 풍선효과 뿐만 아니라 실수요도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량이 많이 풀리다보니 다운계약이나 절세 문의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