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부담 떠넘겨" 나인원한남 입주자, 분양전환 반발
국내 최고가 임대아파트인 서울 용산구 나인원한남(사진)이 조기 분양전환을 결정하면서 일부 입주민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커진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입주민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나인원한남 일부 입주자는 “시행사인 디에스한남의 일방적인 조기 분양전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부분 기존에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나인원 한남은 2018년 분양 당시 ‘임대 후 분양’ 방식을 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조율에 실패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자 선택한 차선책이었다. 입주자들은 4년간 월세를 내면서 임차로 거주하고, 이후 최초 분양가 그대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았다.

디에스한남은 당초 4년의 임대 기간을 거쳐 2023년 11월 분양 전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단기 임대 사업자 제도를 폐지하고 법인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강화하자 내년 3월 분양전환하기로 했다.

입주민들은 당초 예정인 2023년 말보다 3년 가까이 일찍 분양전환을 하면 자금 계획이 어그러지고 세금 부담까지 불어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 단지의 임대보증금은 △전용면적 206㎡형(174가구) 33억∼37억원 △244㎡형(114가구) 38억∼41억원 △273㎡형(43가구) 45억원 △244㎡형(펜트하우스·10가구) 48억원이다.

분양전환 가격은 전용 206㎡의 경우 약 42억∼45억원, 전용 244㎡는 49억∼53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보증금이 분양가의 70~80% 수준이긴 하지만 가격 자체가 워낙 높아 많게는 10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한 임차인은 “2023년 말 분양전환에 맞춰 기존 집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며 “갑자기 분양 전환 통보를 받아 곤란한 지경에 처했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은 분양전환에 대한 우선권을 보유하고 있다. 분양전환을 포기하면 해당 주택은 일반에 판매된다. 또 다른 입주민은 “임차인의 의사를 전혀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분양전환 시기를 앞당긴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입주민은 시행사가 종부세 부담을 사실상 떠넘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나인원한남 입주민이 다른 주택을 갖고 있는 경우 분양전환이 이뤄지면 다주택자가 된다. 지난 ‘7·10 대책’에 따라 내년부터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종부세 최고세율이 3.2%에서 6.0%로 인상돼 ‘세금 폭탄’이 불가피하다. 세무업계에서는 고가주택 2주택자 가운데 내년에 2억원에 가까운 종부세를 내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에스한남 측은 조기 분양전환 결정이 계약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디에스한남 관계자는 “처음부터 분양전환 시점은 대외 환경과 회사 재무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설계했다”며 “조기 분양전환에 따라 임차인이 내야 할 3년치 종부세도 회사에서 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디에스한남에서 부담하는 종부세는 1주택자 기준이어서 다주택자에게 가중되는 세금보다 상당히 적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