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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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상위 20% 고가 아파트(매매가격 기준)의 가격 상승세가 2년래 최대수준을 기록했다. 2015년 이후 고가아파트가 4억원 가량 오르는 동안 저가 아파트(하위 20%) 매매가는 제자리 수준에 머무르면서 아파트가격 양극화도 사상 최대치로 벌어졌다.

5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8.2배를 기록하며 8배수대에 진입했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12월 이후 최대 수치다. 지금까지는 2009년 8~10월 8.1이 가장 높았다. 5분위 배율은 5분위 아파트(상위 20%) 평균 매매가를 1분위 아파트값(하위 20%)으로 나눈 것으로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간 격차를 보여준다. 전국 아파트가격 양극화가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 수준으로 치닫았다는 의미다.

2014~2016년 4배수대에 머물러있던 저가 및 고가 아파트간 가격격차는 2017년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현 정부 출범(2017년5월)시기와 맞물린다. 그해 말 5배를 넘더니 2018년 6배를, 지난해는 7배를 차례로 넘어섰다. 양극화 속도 역시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2월 7배수대에 진입한지 불과 7개월만에 8배수를 넘어섰다. 6배수대에서 7배수대로 진입할때는 총 16개월이 걸렸었다.

전국 상위 20%아파트 가격은 지난달 8억9869만원을 기록해 8월(8억6630만원)에 비해 3.7%올랐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 주요요지역에 있는 아파트들이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12월 이후 2018년9월(4.0%)에 이어 가장 상승세가 가팔랐다.

반면 하위 20%인 1분위 가격은 사실상 퇴보하고 있다. 지난달 1억1021만원으로 5분위 가격의 8분의 1수준이다. 등락을 반복하던 가격은 1억1023만원을 기록했던 2015년4월 수준으로 회귀했다. 저가 아파트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던 5년여 동안 고가아파트는 무려 4억원(81.8%)이 더 올랐다.

서울과 지방간 아파트 가격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똘똘한 한채에 대한 선호가 강해져서다. 정부가 부동산시장내 투기수요 진입을 막겠다며 잇따라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고가 아파트를 찾는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급억제책으로 거래매물이 크게 줄어든게 양극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봤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거래량이 줄다보면 아무래도 밀집된 지역보다는 외곽지역이나 지방 등이 더 타격을 입게 된다”며 “유동성은 풍부하고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미래가치가 높은 자산을 소유하려는 실수요자들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몰렸던 수요는 마용성 등을 넘어 서울 외곽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에서 가장 상승세가 가팔랐던 자치구는 노원구(3.41%)였다. 이어 강북구(2.91%), 은평구(2.78%), 도봉구(2.68%)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이 가격상승을 견인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