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자들 가격 하락 전망에 베팅하지만
집주인들 "아직 급매 내놓을 상황 아냐"
중개업소들 "매수자-매도자 줄다리기 팽팽"
서울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뉴스1

서울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뉴스1

50대 부부 윤모 씨는 올해 안으로 서울 방배동의 전용 84㎡ 아파트를 팔까 고민하고 있다. 윤씨는 용산구의 전세 아파트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어 향후 방배동 아파트에 거주할 계획이 없다. 이 경우 올해까지는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보유 기간이 10년이 넘어 양도소득세를 80% 공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년 1월에 1세대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이라고 해도 그 집에 전혀 거주하지 않고 다른 사람 명의의 주택에 살았다면 장기보유특별공제가 현재의 절반인 40%로 반토막이 된다.

그렇다고 가격을 낮춰 급히 팔 생각은 없다. 이미 오래전 산 집이라 대출도 다 갚았고, 강남에 위치한 아파트라 가격 상승 여력은 있다고 생각해서다. 윤씨는 “적당한 가격에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냥 계속 보유하면서 나중에 시세차익을 더 확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 이미 '10억' 넘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멈췄다지만 막상 중개업소엔 윤씨 부부와 같은 집주인이 많다는 전언이다. 시장에 공개되는 수치와 통계상으로는 집값 하락의 전조현상이 나타나는 분위기라고들 한다. 그러나 실제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이 느끼는 체감 가격은 별로 떨어진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2일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섰다. 평균 매매가격은 10억312만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값은 지난해 9월(8억4051만원)과 비교하면 1억6261만원 올랐고, 2년 전과 비교하면 2억1751만원이 상승했다. 1년 동안 상승률은 19.3%에 달했고, 2년 동안에는 27.7% 올랐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집값 급등세가 더 가팔랐다는 얘기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에 위치한 한 부동산 중개업소. /뉴스1

서울 송파구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에 위치한 한 부동산 중개업소. /뉴스1

특히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인기지역 아파트는 가격을 낮춰 부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신고가를 기록하는 곳도 있다. 재건축 초기 단계에 있는 강남구 ‘개포주공7단지’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18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 8월 말 18억원보다 5000만원 오른 신고가로 기록됐다. 지어진 지 9년이 된 강남구 세곡동 ‘강남데시앙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13억5000만원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앞서 7월 12억원에 거래된 이후 두달 여 만에 1억5000만원이 뛰었다.

입주 6년차인 서초구 ‘서초롯데캐슬프레지던트’ 84㎡도 지난달 21억5000만원에 최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같은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도 지난달 23억원에 매매가 이뤄져 7월 거래(21억5000만원) 이후 1억5000만원이 올랐다.

중저가·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계속 나오고 있다. 30대의 ‘패닉바잉(공황 구매)’이 많이 이뤄지는 지역이다.

강북구 번동에 위치한 ‘해모로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6억원를 넘어섰다. 지난 8월 5억9900만원에서 지난달 6억4500만원으로 올랐다. 관악구에서는 ‘신림2차푸르지오’ 전용 84㎡가 7월 7억원에 이어 8월 초 7억3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고, 구로구에서는 ‘천왕이펜하우스4단지’ 전용 84㎡가 7월 6억8500만원에 이어 지난달 7억2000만원으로 신고가 경신을 이어갔다.
일부 지역 대단지 아파트선 수억원씩 하락
반면 일부에선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는 곳도 있다. 지역별·단지별로 급매물이 나오는 경우다. 전체적으로 거래량이 줄다 보니 한쪽에선 최고가 거래 아파트가 여전한데, 다른쪽에선 급매물이 나오면서 통계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의 아파트는 하루 평균 58.7건이 거래됐다. 이는 전달인 8월 일평균 거래량(159.2건)보다 63.1% 줄어든 수준이다. 월별로 6월 1만5583건, 7월 1만650건에서 8월에는 4938건으로 전달 대비 반토박 났고 9월(29일까지·계약일 기준) 들어서는 1705건으로 급감했다.

내년 장기보유특별공제 세제 혜택 완화와 상반기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에 앞서 가격을 낮춰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이 하나둘 늘고 있다는 게 현장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내년 6월 이후 양도 주택에 대해서는 1년 미만 단기매매 세율은 현행 40%에서 70%로, 2년 미만은 40%에서 60%로 강화된다.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기간과 무관하게 기본세율(6~42%)에서 20%포인트(2주택자)에서 30%포인트(3주택 이상)까지 중과한다. 여기에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비규제지역은 3주택)는 내년도 종합부동산세율이 현행 0.6~3.2%에서 1.2~6.0%로 2배 가까이 늘어난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종부세 부담에 양도세 중과를 더하면 사실상 남길 수 있는 시세차익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는 집주인들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조금씩 급매로 등장하고 있다. 다만 수는 아직 많지 않다는 게 현장 중개업소들의 이야기다. 가구 수가 많은 서울 주요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호가가 하락하면서 가끔씩 수억원이 내린 거래가 이뤄지는 중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아르테온’(고덕주공3단지) 전용 84㎡의 경우 지난 8월 17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찍었지만 이달 초엔 14억7000만원에 거래된 건이 나왔다. 한달도 채 안돼 2억3000만원이 빠진 것이다. 서울 인기 주거지역 중 하나인 마포에서도 최근 매매가격이 수억원씩 떨어졌다. 마포 대장주로 꼽히는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 8월 말 17억1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15억9000만에 손바뀜했다. 며칠 사이에 1억2000만원가량 하락했다.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 A씨는 “그동안 가격이 너무 오른 것 같다며 매매를 망설이는 분들이 많다”면서도 “매수자들 사이에선 집값 하락세에 대한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값이 더 떨어진 뒤 사겠다고 지켜보고 있지만, 집주인들은 가격을 내리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쉽게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눈치보기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