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거래시장이 위축되면서 비규제지역에서의 청약도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분양권 거래시장이 위축되면서 비규제지역에서의 청약도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아파트 청약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 비규제지역 보다는 규제지역으로 통장이 쏠리고 있다. 분양권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청약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실수요자들은 '규제가 있더라도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고 있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은 6·17대책으로 규제로 묶였고, 청약 시장도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었다.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된 일부 지역에서는 1순위 미달이 나왔다. 최근 분양 시장에서는 투기과열지구나 분양가 상한제 등과 같이 규제가 강한 곳에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23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한신공영이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짓는 '비산 한신더휴'의 1순위 청약에서 63가구를 모집하는게 391명이 신청해 6.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동안구가 6·17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가 지정되고 나온 첫 아파트였다. 최근 2년간 안양시에 거주한 무주택자에게만 1순위 자격이 주어졌다.

투기과열지구, 분양가 상한제 적용되는 아파트 '인기'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에도 입지와 주변 아파트에 비해 낮은 가격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단지는 전용면적 48~71㎡의 230가구로 소규모다. 전용 62㎡의 분양가는 4억후반~5억초반대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비산삼성래미안 전용 59㎡의 경우 이달에 5억6500만원에 매매됐다.

HDC아이앤콘스가 파주시 와동동에서 분양된 '운정 아이파크 더 테라스'도 1순위 청약을 마쳤다. 이 단지는 비규제지역인 파주에서 공급됐지만, 운정신도시에 자리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주택이다. 173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에 740명이 몰려 4.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투기과열지구인 안양시 동안구에서 1순위 청약을 마감한 '비산 한신더휴'와 주변지역 조감도. (자료 한신공영)
투기과열지구인 안양시 동안구에서 1순위 청약을 마감한 '비산 한신더휴'와 주변지역 조감도. (자료 한신공영)
반면 비규제지역인 양평에서 공급된 A아파트의 경우 414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에서 262명이 접수하는데 그쳐 미달이 나왔다. 2순위로 청약이 넘어가게 됐다. 분양 관계자는 "비규제지역에 투자는 물론 실수요자들까지 위축되는 분위기"라며 "청약에서도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분양권을 주택수로 포함시키는 등 규제가 심해진 이유가 가장 크다"고 귀띔했다.

비규지역에서는 분양권 거래를 통해 차익을 보려는 투자수요들이 많았다. 하지만 내년부터 분양권도 주택수에 포함되면서 분양권 거래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보유하고 있거나 연내 보유하는 분양권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지만, 매매시에 매수자는 변경되는 분양권 세금을 적용받는다.

내년 1월1일부터 새로 취득하는 분양권은 주택수에 포함된다. 또 내년 6월1일 이후 분양권을 양도하는 경우 적용되는 양도소득세율이 달라진다. 분양권을 내년 6월1일 이후 양도하는 경우 조정대상지역이 또는 비조정대상지역 여부에 상관없이 2년 이상 보유하더라도 60%의 세율을 적용한다.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이라면 70%를 적용한다.

내년부터 분양권 주택수 포함…8월 분양권 전매거래 40% 급감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분양권전매건수는 지난 8월 6046건으로 전달대비 40.9% 급감했다. 지난 6월에는 1만5728건, 7월에는 1만235건 등으로 줄다가 8월들어 아파트 거래감소와 함께 분양권 거래도 줄었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8월 분양권 전매거래가 1484건에 불과했다. 6월(4449건)과 7월(2171건)을 거치면서 매달 절반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나오는 아파트들은 되레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낮은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대면상담이 어렵다보니 전화나 부동산 카페의 커뮤니티를 통해 문의하는 예비청약자들이 급증했다. 업계에 따르면 처음으로 청약을 하거나 특별공급 조건을 알아보기 위한 문의가 많다는 전언이다.
민간참여형 공공분양으로 공급되는 'e편한세상 남양뉴타운' 조감도(자료 대림산업)
민간참여형 공공분양으로 공급되는 'e편한세상 남양뉴타운' 조감도(자료 대림산업)
규제지역이면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수도권 택지에서 아파트 공급이 이어질 예정이다. 대림산업이 화성시 남양뉴타운 B-11블록에 짓는 ‘e편한세상 남양뉴타운’(604가구)은 민간참여 공공분양 단지다. 가점 경쟁없이 청약통장 가입기간과 납입횟수만 충족하면 청약에 나설 수 있다. 일반분양 물량에 대해서는 소득기준이나 자산요건에 따른 청약 제한이 없다.

비규제지역이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파주시 운정신도시에서도 아파트가 나온다. 운정3지구 A5블록에서는 제일건설이 '운정신도시 제일풍경채 그랑퍼스트’(1926가구)를 분양한다.

투기과열지구인 수원시 영통구에서는 롯데건설이 망포동 일원에서 ‘영통 롯데캐슬 엘클래스’(1251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6·17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이 된 화성시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이 '반정 아이파크 캐슬 5단지'(1378가구)를 내달 공급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